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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맑음 스튜디오 Dec 11. 2022

갑자기, 공주시

고향을 관광객으로 가는 마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내리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쓰읍. 농도 짙은 산소가 코 안쪽까지 찌른다. '여기의 이비인후과 병원은 모두 망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공주시에 도착했다.


  공주시는 10만 명을 겨우 2천 명 정도 넘기고 있는 도시이다. 충남에 위치해있고, 밤이 특산물이다. 다들 공주의 밤보단 밤막걸리를 먼저 먹어봤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공주에서 태어나 그 밤막걸리를 먹을 때까지 공주에서 살았다. 이유가 있어서 공주에 오래 살은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에 올라간 뒤로부터는 무슨 이유가 있어야만 공주에 왔다. 이번에도 그런 까닭에 공주에 왔다.


  나의 고향 공주에서 전국의 청년마을 사업의 주체인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가 3박 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년마을은 저출산(혹은 저출생), 인구감소, 지역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청년들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이야기는 느낀 바를 더 무장하여 다음에 써볼 생각이지만 나는 행사 하루 전날에 미리 공주가 어떤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렇게 고향을 관광객이 된 마음으로 방문했다.

2년 만이다. 강산은 안 바뀌어도 도로변은 십 수 번은 바뀔만한 기간이다. 지방의 도로변은 세월을 느낄 정도의 덧대고 덧댄 흔적이 존재한다. 남은 지역예산을 어떻게든 소비한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졌던 도로 엎고, 도로 덮은 흔적이다. 그에 비해 내가 본 공주의 도로는 깨끗했다. 덧댄 흔적이 사라지고 구분하는 펜스가 똑바로 있고, 신호등도 멀쩡했다.


  몇몇 가게들이 바뀌어있었다. 짬뽕집으로 바뀐 미용실, 팥빙수집으로 바뀐 피시방, 디저트 카페로 바뀐 피자집... '저 공간을 저렇게 바꿔 사용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있을 땐 다 10년은 된 가게들이었는데 그게 있었다는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새 가게가 되어 있었다.



  나는 미용실 자리에 짬뽕집을 차릴 용기가 있을까.

나는 앞서 행사도 이유이지만 정확히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건 어떨지 생각해보기 위해 온 것이다. 성격상(내가 제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모든 변수를 생각해보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직접 오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내가 할 일이 있는지, 밥벌이가 가능한지, 십수 년간 이어갈 수 있을지.


  이 생각의 시작은 앞서 퇴사 여행에 관한 글처럼 퇴사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외주를 온라인으로 받고, 커뮤니케이션도 화상회의로 진행해보고 있다. 수일 후, 월세로 80만 원을 집주인에게 송금하고 생각했다.

  "이러면 내가 서울에 있을 이유가 있나?"

앞선 퇴사가 준비운동이었다면 이 생각은 도움닫기의 시작이다. 원활한 운동 수행을 위해 충분한 힘을 운동 에너지를 얻기 위한 도움닫기.


  돈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와 본 것은 아니다. 소멸해가는 지방에서 내가 디자이너로 혹은 개발자로 혹은 다른 무엇으로든 기회가 있을지 찾아보러 온 것이다. 그리고 미용실 자리에 기가 막히는 맛의 짬뽕집을 차린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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