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경쟁력은 대행해 줄 수도 없고, 훌륭한 컨설팅으로도 쉽고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사업의 당사자가 가장 먼저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컨설팅도 대행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아내 은재가 대표 이사인 회사는 마케팅 및 브랜딩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광고 기획 및 제작과 게재, 소셜 미디어나 자사몰이나 웹사이트 등에 활용할 마케팅 최적화 콘텐츠 기획과 제작 등을 대행하고,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대해 주로 마케팅과 브랜딩 관점으로 컨설팅을 해 드리는 법인입니다. 기업의 상태와 상황 등, 여러 경우에 따라 단기적 진단과 처방을 내리기도 하지만, 보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진단과 처방을 드립니다.
우선 기업에서 영위하는 사업이 시장 내에서 가진 경쟁력과 타사의 유사 서비스나 제품 대비 갖는 차별성과 비교 우위에 대해, 시장 자체의 크기와 활성화 정도를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아울러 주요 타겟 고객은 어떠한 사람들인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점이나 불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구체화된 타겟 커스터머 페르소나를 작성합니다. 또한 고객의 구매 여정에 대한 분석과, 구매 의사 결정 단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인지 파악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실제 고객들 일부의 구매 의사 결정이나 구매 이후 반응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그다음에는, 당장 우선 집중해야 할 메인 타겟과 앞으로 확장 가능한 서브 타겟들을 정의하고, 각 타겟에 맞춰 마케팅 메시지를 고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타겟들이 여태까지 문제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문제로 느낄 수 있도록 짚어주는 마케팅 메시지와 브랜드 스토리를 고안합니다. 이때는 카피라이팅 기획과 작성 작업이 병행됩니다.
그런데 간혹, 이런 초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1. 사업자가 정의하고 기업이 제공하려는 서비스나 제품(문제 해결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 자체가 문제인 경우. 즉, 사업자의 가정과 달리, 시장에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불편을 느끼는 타겟 고객의 수가 매우 작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목표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이고, 잠재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금전적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2. 사업자가 정의한 문제에 대해 실제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고객의 수가 많고, 이미 기존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이미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거래와 수익을 창출해 내는 기업들이 대다수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있던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혹은 문제 해결법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들과 아무런 차별성이나 비교 우위에 있는 경쟁력이 없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엄청 굉장한 천재 개발자가 윈도우나 맥 OS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 운영 체제를 개발했지만, 시장에 존재하는 잠재 고객들이 기존에 쓰던 OS를 포기하고 새로운 OS를 도입해야 할 당위와 필요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우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가진 특장점 또는 소구점이 필요한데, 그게 없어서 컨설턴트와 대행사에게 그 차별점을 대신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하는 상황이지요. 사실 이 경우의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특히 유형의 실물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라면 더더욱 문제가 큽니다. 심지어 플랫폼 서비스다? 그러면 정말 난처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번에 제 아내 은재가 고객사에게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의 특장점에 대한 고민과 정책 등을 만들도록 조언하고, 실제로 함께 고민하며 여러 제안을 드리는 한편, 현재 고객사에서 운영하려는 플랫폼의 숫자가 5개 이상으로 너무나도 많은데, 마케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너무나도 적기 때문에 우선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성이 있게 보이도록 할 수 있는 서비스 한 가지에 집중해서 서비스 웹사이트 기획과 마케팅 메시지 고안을 제안드렸지만, 고객사에서는 끝끝내 그 적은 예산으로 3개 이상의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광고와 홍보를 모두 진행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앞일은 뻔히 보였습니다. 의뢰 주신 고객사는 자본이 많지 않은 상태이고, 고객사에서 런칭하려는 플랫폼 서비스들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거대한 규모의 서비스가 가득한데,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거대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광고와 홍보로 경쟁해서 싸웠을 때 승산은 극히 낮고, 고객사에서 경쟁력이라고 주장하는 '낮은 플랫폼 수수료'는 플랫폼 내에 이용자 수와 기대 거래 수 자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큰 경쟁력이 아닌 데다가, 그런 낮은 수수료 정책으로 시작하면 이후 사업 자체의 운영이 정상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훤히 보였습니다. 여러 번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사에서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결국 계약 해지를 먼저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환불 절차까지 밟았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환불을 해 드려서 수입이 줄어든 것이 아쉬운 게 아니라, 고객이 실패할 게 뻔한 길로 달려가고 있는 걸 끝내 설득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앞으로는 고객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그냥 고객이 해달라는 대로 그대로 일하고, 거기에 대한 비용만 제대로 받으면 그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 부부는 그런 식으로는 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이 실패하는 길과 돈을 낭비하는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아내 은재의 현명하고도 양심적인 판단과 결정이 자랑스럽습니다.
실제 고객사와의 대화 내용 화면 중 일부.
덧붙이는 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자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나 '퍼스트 펭귄'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 진입하며 이미 있는 제품과 서비스와 비슷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컨설턴트나 에이전시가 마주하는 상황은 주로 본문에서 언급한 문제 2번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특히나 더 포지셔닝이 중요하고, 차별화된 소구점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낯설게 하기' 기법이 가미된 마케팅 메시지와 콘텐츠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시장과 타겟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필수이고 중대한 일인 것이고요.
하지만 마케팅을 단순히 '광고'나 '홍보'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가 분들은 이걸 생략하거나 대강 하고 지나칩니다. 여기서 바로 패착이 생깁니다.
특히나 이번 케이스의 고객사는 MBA 과정을 밟으신 분이었는데도 그랬습니다.
저희 부부가 순간순간의 이익보다는 직업윤리와 양심을 지키고, 신앙이 주는 가르침에 따라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세요.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저희 부부는 아기 슈아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고, 부모님들께 부끄러운 자식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이 마음과 태도를 오랫동안 지키고 싶습니다. 저의 아내 차은재와 함께,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