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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Sep 17. 2023

고백합니다

기버 정신, 왜 지금 필요한가?'기버'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고백하건대, 저는 진정으로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며, 올바른 사람 또한 아닙니다. 삶을 선하게만 살아오지 않았고, 선한 일과 옳은 일을 매번 제때 실천해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제 안의 이기적인 마음과 불의와 타협하고 정당화하는 사고 방식이 제 내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것은 제가 되길 원하는 자신의 모습과 분명히 다르지만, 사실은 제 본질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를 정말 사랑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사랑했고, 믿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benevolence) 때문이 아니라 그들 이기심(their own interest)에 대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하는 말을 신봉해 왔습니다.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인 시장 경제가 만들어지고 안정될 때, 비로소 '살기 좋은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상업과 교역의 활성화와 발달이 오늘날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나온 동력이었고, 그것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 또한 믿고 있습니다.

 즉,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는 저의 종교였으며, 저의 교리는 경제와 시장의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를 따르며 인류가 거쳐 온 후기 산업 시대, 정보화 시대,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는 아직 결코 '완전'하지 않습니다. 물론 보다 더 완전에 다가가기 위해 여러 노력과 움직임이 있고, 그에 따른 통증과 논쟁이 수반될 것이며, 많은 이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 있고,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왕정과 귀족 사회에 있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실재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득과 여러 주장,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에 근거한 선전과 선동 등으로 인해, 올바르지 않은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 폭력과 차별과 불의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중우 정치'와 '자본에 의한 자유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본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심장부를 향한 항공기 납치 테러,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 무수한 폭력과 억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사건들이 발생하는 동안, 제3세계의 사람들은 단지 먹고 마실 것이 없어서 죽어 가고, 간단한 의료적 처치와 처방조차 받지 못해 병으로 죽어 갑니다.

 저는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이며, 제가 이 '시스템'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정말로 잘 압니다. 그러므로, 저는 자유 민주주의와 현대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 수혜자이니까요.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정말로 '정의로운가' 하는 질문에서는 주춤하게 됩니다. 실제로 시스템이 정의롭지 않고, 세계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소외자가 발생하며, 소수의 이익을 위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결과의 평등'을 원하는 공산주의적, 사회주의적인 이상이나 그것을 옹호하는 주장이 아니라, '진정한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고, '실질적인 계급'이 완전히 폐지되고, 차별과 억압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정치적으로', 또한 '신앙적으로', 또한 '철학적으로', 신념으로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고찰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대안으로서 이웃 사랑과 관용과 나눔을 실천하는 '예수 운동'이나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인 사회에서, '기버가 되자'는 '기버 정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기버가 이용 당하지 않고 손해를 입지 않고,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기버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세상, 더 나아가 기버가 승리하는 세상을 그립니다.

 그리하여, 저 개인적으로는 '기버 마인드셋'에 입각한 실천을 저 나름대로 행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나, 개개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이고, 혼자서 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이해와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여러분께 공감과 도움을 청합니다.

 부탁 드립니다.

 관용과 사랑과 나눔이 기본적인 자세가 되고, 최소한 그런 이들을 배척하거나 이용하려고 하지 않고, 용납하고 허용하고 이해해주시기를 부탁 드리며, 또한 마음이 움직이시는 분들이라면 동참해주시기를 또한 촉구 드립니다.

 저 개인이 '기버'의 롤모델로서 1세기 로마 제국 시절의 갈릴래아 나자렛 출신 농부 계급 유대인 설교자인 예수를 제시하며, '예수 정신'이나, '예수의 복음', '하느님 나라' 등, 성서와 복음서와 예수의 말씀 전승과 행적과 현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부터 이러한 기준을 설정하고 근거로 두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 여러분 모두의 동의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모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신론자 혹은 심지어 신앙과 종교를 혐오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기버 마인드셋'과 '기버 운동'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너른 이해와 지지를 간청합니다.


 '문명'과 '정상성', '다수에 의한 차별과 폭력'과 불공정, 불의로부터 벗어나고, 더 나은 사회와 후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과 결단이,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순진하고 어리석은 일로 보이고 유난스럽게 비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으로도 비칠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이런 소수의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 움직임이 될 때마다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이 되어 왔습니다. 노예 제도의 철폐, 여성의 참정권 획득, 근로자의 권리 확보, 주 5일제의 도입 등이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주 작고 미약하지만, 기버들이 나서서 움직이고 잘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될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후대에게 넘겨줄 수 있고, 그들에 의해 기록될 역사에도 어리석고 끔찍하고 악한 세대로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장황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모두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진정으로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주후 2023년 9월 17일 주일 오후, 이재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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