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켈란젤로
"이제 나의 백발과 나의 고령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로 멋진 말이 아닐 리 없다.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의 맨 뒤에 쓰여 있는 이 구절을 보고 2023년의 마무리는 이 책으로 해도 좋겠다 싶었다. 이 구절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에 미켈란젤로라는 천재 건축가가 이야기했다면 감동은 더해지지 않을까. 하기사 요즘이야 엄청난 발전으로 인해 100세 시대다, 120세 시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살았을 그 시절이라면 "늙음"과 "죽음"을 저렇게 편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한 채 백발이 된 자신의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가 노년에 세운 엄청난 업적들이 그의 삶을 뒷받침해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미켈란젤로의 생애 만년은 그가 70세가 된 1545년부터 시작된다. 그 당시의 70세라면 기대 수명을 훨씬 넘어선 상태였지만 나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예술가 경력의 최종 단계에 막 들어선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미켈란젤로는 무려 17년간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에 몰입하며 혼신의 힘을 다 바쳤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천재 건축가 미켈란젤로를 만난 것도, 그가 남긴 업적에 대해 배우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인간> 미켈란젤로를 만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그 역시 늙어감에 대해 두려워했고,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려 할 때마다 신을 찾았다. 그가 자신의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까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났고, 그는 혼자 남겨져야 했다. 평생을 지지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그에게 참 끔찍한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삶이 끝나기 전까지 몰두했으며, 훗날 그가 이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난다고 해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고 그만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미켈란젤로와 같은 천재적인 인물이 수세기에 걸쳐 나올까 말까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예술가는 언제나 자신의 구상을 수정했고 그런 다음에도 좀처럼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P.28
이 책을 통해 미켈란젤로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미켈란젤로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겠지만,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7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끝까지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고귀하기에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자세는 그가 살았을 시절보다 기대 수명이 훨씬 더 높은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미켈란젤로 생애 후반의 특징은 그가 많은 프로젝트에 창의적인 책임을 맡았고 또 그를 주요 건축가로 인정하는 그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에 활발히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가 생애 만년에 정성을 기울여 이룩한 높은 업적 덕분에 로마는 다시 한번 스스로 '카푸트 문디' [Caput Mundi - 세상의 머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P.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