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 철학의 일상(소크라테스)
나에게는 스승은 없다면 없고, 많다면 많다. 철학을 시작하며 어디에 소속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배운 적이 없다. 내게는 ‘소크라테스’가 없다. 정서적으로 의탁할 수 있는 사람이 내겐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 스승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 스승은 많다. 홀로 철학을 공부하며 많은 이들을 만났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 철학자들을 책으로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렇게 철학적 앎이 쌓여 가며 조금씩 무지를 자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무지를 자각해 나가면서 어렴풋이 알았다. 선배 철학자들이 깨우쳐주지 못한, 무지들이 여전히 내게 들러붙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긴 시간 동안, 선배 철학자들과의 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은 시대에 같이 호흡하며 사는 수많은 타자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며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몰랐다. 우리 시대에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몰랐다. 분단국가에서 탈북자(새터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몰랐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무지를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 스승은 많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