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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인이다...

대청동 괴이 - 동티 난 일본집(1)

by Hazelle

그들이 주인이다.


세상에는 대략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영을 믿는 자, 그리고 믿지 않는 자…

또한 믿지 않는 자는 두 뷰류로 나뉜다. 보았음에도 믿을 용기가 없는 자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자…


우리가 사는 공간은 우리만의 것이라 믿는가?

그것은 우리의 공간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차원의 공간은 우리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으나 같은 공간 다른 차원의 존재 또한 이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그 미묘한 소유에 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만났을 때, 혹은 얽혔을 때의 이야기라 하겠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과 마주치는 것 또한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원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마주쳐야 했던 기이한 운명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그럼에도 다행이다.




풀 수 없는 원한이 가장 끔찍하다

-일본집의 동티



한국에 살았는데 왜 갑자기 왜놈 귀신 이야기야? 할 수도...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 시작할게.


난 엄마 아빠가 맞벌이 부부교사였어.

내가 첫째고. 그들의 지상최대 목표는 얼른 돈 벌어 집을 사는 것이었지. (그래도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엔 열심히 모으면 집을 살 수는 있었나 봐)


처음부터 외갓집에 나를 맡긴 건 아니래.

엄마는 그 당시에 식모라고 부르는 고등학생 나이 정도 되는 어린 처자들에게 나를 맡겼는데 그들도 아직 어리잖아.

집 형편이 안 좋아서 남의 집 아이를 봐주는 식모살이를 해야 할 뿐 뭐가 그렇게 능숙했겠어.

그리고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몇 달 하다가 때려치우는 식모들.

계속 사람을 구하다가 마지막 식모 때문에 식겁한 엄마는 나를 외갓집에 맡기기로 해.

마지막 식모는 나를 애 없는 자기네 동네 부잣집에 팔려고 하다가 걸렸거든.


그렇게 나는 외갓집에 맡겨져서 외조부모님 밑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근처에 큰 외삼촌네가 있었어.


말했지만 우리 외삼촌은 한때 한국의 최고 설계가 오십 인 안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어.


부산 서면 터미널이라던지 큰 관공서를 주로 설계했고 상도 많이 탔어. 생김새도 지진희처럼 날카로우면서 지적이고 목소리도 좋아.


하지만 설계하는 사람답게 진짜 꼼꼼하고 실수 용납 못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내 사촌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 집 가면 꼭 혼나고 있는 사촌들을 봐야 했어.


우리 외삼촌은 미스 경남출신의 외숙모와 결혼했는데 큰 외숙모는 진짜 눈에 띄는 외모의 소유자야.


그 옛날에 요가를 매일 했고 키도 170에 늘씬한 데다 얼굴은 정말 서구적인 미인.


오랜 세월 독실한 카톨릭이야.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가 카톨릭이었던 건 아냐.

이 이야기는 어째서 그녀가 카톨릭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겠어.


부산 그 동네엔 해방 이후에도 부산을 안 떠나고 살던 일본 사람들의 집들이 꽤 있었는데 결국은 하나 둘 다 한국을 떴어. 그런 일본 사람의 집을 외삼촌은 사서 다 밀고 본인이 설계한 디자인으로 집을 올렸어.


그 집은 꽤 신기한 구조였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서도 그런 스타일은 본 적 없는 것 같아.


지하부터 지상 3층까지 길쭉하게 올린 집인데

층마다 두 방이 마주 보게 되어 있고 사이에 복도가 있어.

마치 아파트처럼.


외삼촌네는 아이가 넷이었고 그중 셋째가 나랑 동갑이야.

맨 위가 오빠, 아래 셋은 모두 딸.


1층엔 응접실과 욕실, 화장실이 있고 지하 왼쪽은 부엌, 오른쪽은 큰 공간으로 해서 거실 겸 식당.


그리고 정원도 넓었는데 일본식으로 꾸며졌고 한쪽엔 오래된 우물이 있었어...


방들도 꽤 일본풍이었고 전체적으로 일본식.

외삼촌이 설계로 일본 유학을 했거든.


외할머니는 매일 나를 데리고 외삼촌 집으로 갔는데 애가 많은 외숙모네 살림도 도와주고 또 나도 사촌들이랑 같이 두면 좀 편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 집 지하공간은 그래...

지금도 기억나.

항상 추웠어.

지하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게 완전 땅에 묻힌 지하가 아니라 한쪽은 땅밑이고 한쪽은 통유리창으로 되어서 열면 정원으로 나가는 지상 구조야. 좀 설명하기 애매한데 지대 자체가 그렇게 된 구조라 그래.


* 새로 시작하는 괴담 시리즈 '그들이 주인이다...'의 첫번재 옴니버스 에피소드 '대청동 괴이 - 동티 난 일본집' 첫 이야기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1970년대 후반 작가의 어린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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