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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인이다...

대청동 괴이 - 동티 난 일본집(2)

by Hazelle

그 지하 식당에서 소소하면서도 기분 나쁜 일들이 꽤 자주 일어났어.


멀쩡하게 잘 앉혀 두었던 독이 저절로 누가 민 것처럼 스르륵 걸어 내려와 깨진다던가 아무도 안 밀었는데 사촌 오빠는 혼자 중심을 못 잡고 휘청대다 자빠졌는데 문지방에 이마를 박아서 크게 흉이 진 적도 있어.

내 사촌과 사촌 언니는 원래도 사이가 그냥 그랬지만 유독 그 공간에만 같이 있으면 더욱 미친 듯이 싸웠어. 꼬집고 할퀴다가 서로 피를 볼 정도로..

그래봤자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야.


나는 겨우 네 살이었는데 왼손 옆퉁이에 사마귀가 있었어.

아무리 긁어도 피만 날 뿐 안 없어져.

당연히 꼴 보기 싫었겠지.


어느 날 지하식당에 앉아서 아이들끼리만 수박을 먹고 있었는데 사촌오빠가 나를 놀리기 시작해.


"문둥이냐? 니는 왜 손에 개구리 같이 그런 게 있는데?"


그렇게 놀린 게 처음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 네 살 때 일이 또렷이 기억나.

나도 모르게


"얼굴도 뭣 같이 생긴 게!

이 사마귀는 내가 없애면 그만이지만 니 얼굴은 어쩔 건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한 소리 같지 않은데 내가 그랬다는 게 아직도 기억이 나)



사촌 오빠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고 성질도 더러워서 우리 전부 안 거슬리려고 하는 편이었거든?

그런데 내가 정신 나간 것처럼 대드니까 다른 여사촌들이 순간 다 얼어붙었어.


이 이야기는 크면서도 만날 때마다 한 백 번은 했던 이야기야. 그렇게 독하게 쏘아붙인 나는 무섭게 생긴 식가위를 들어서 모두 말릴 틈도 없이 그냥 사마귀를 내 손으로 싹둑 잘라버려.


피가 엄청나고 사촌들이 소리 지르면서 외숙모 데리러 가고…. 이상한 건 아픈 기억이 없어.


그리고 상처가 아물고 보니까 사마귀가 싹 사라졌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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