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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인이다...

대청동 괴이 - 동티 난 일본집 (5)

by Hazelle

그러다가 그도 갑자기 멈칫했어.

주방 쪽과 거실 쪽 양쪽 다 문이 잠겨 있었거든.


아, 중요한 거.

문은 반드시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었어.

도둑이 들지도 모르니까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야.

집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게끔.

그리고 그 문들은 대부분 온 식구가 외출할 때만 잠글 뿐

다 같이 집에 있을 때는 절대 잠그지 않아.

누군가 장난으로 잠근다면 경을 치는 거야.

사람을 가둔 거니까.

그런데 두쪽 다 잠겨 있어.


그리고 양쪽 모두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

문은 잠겨 있고,

언니는 절대 밖을 나가진 않았고..

그럼 있을 곳은 이 두 군데 중 하나잖아?


우리가 심한 장난을 했다고 생각한 외삼촌은 정말 화가 있는 대로 났어.

그가 진정 화가 나면 모두가 알아.

얼굴이 굳고 말이 없어지거든.

나이 차 많이 나는 남편이 항상 어려운 외숙모는 얼굴이 백지장 같이 하얘졌어.

외삼촌이 위층으로 비상열쇠를 가지러 간 사이 드디어 외숙모도 우리에게 화를 엄청 냈어.


"누가 그랬노! 누가 잠갔냐고!!"


우리 외숙모는 진짜 호인이고 화를 거의 안 내는 사람이거든. 그때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화내는 걸 봤던 때인 거 같아.

그런데… 사촌오빠가 뜬금없이


“아마도 혜지가..."


응?

난 절대 그러지 않았는데?


비상 열쇠를 가져 내려온 외삼촌이 마침 듣고 불같이 화를 냈어.


"진짜가?

혜지 니가 그랬나?

절대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했지!!"



내가 안 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어.

아주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오빠는 우리 중에 열쇠를 쓸 줄 아는 인간이 나밖에 없고(열쇠가 좀 특이한 형태라 언니, 오빠도 그 열쇠로 열고 잠그는 걸 하지 못했어. 나만 가능했거든.) 또 내가 하도 정해 언니랑 사이가 안 좋으니까 그랬나 했대. 하긴 인간 중 누군가가 잠겄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럴 능력이 있는 건 어른을 제외하곤 나 밖에 없긴 했어.


문은 한쪽만 잠글 수 있는 방식이라 갇히면 안에선 절대 못 열어. 언제부터 그 언니가 갇혔는지 알 수가 없고 여덟 살짜리가 패닉에 빠졌을까 봐 외삼촌 부부는 진짜 당황했어.


우선 주방을 열어보라고 사촌이 말했어...

거기서 그 이상한 울음소리가 났으니까...

열었는데 캄캄한 주방은 잘 정돈되어 있을 뿐 인기척 없어.


거실을 열었는데...

벽난로 앞에 언니가 본인이 토한 토사물 근처에 쓰러진 듯 자고 있었어...





"야, 정해야! 니 왜 여기서 자고 있노!!"


외숙모가 달려가서 딸을 막 깨웠는데 입 근처에 게거품이 껴 있고 자는 게 아니라 기절한 거야.


내 사촌언니는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면 발작을 하는 간질 증세가 있었어.

그래서 외삼촌이랑 숙모가 그리 당황했던 거야.

기절한 언니를 얼른 데리고 위층으로 가서 침대에 눕히고 모두 달려들어 마사지하고 차가운 수건으로 닦고...

한참만에 언니가 의식에서 깨어났어.


"뭔 일이고!

니 왜 거기 있었는데?

혜지가 잠갔나, 문?"


나는 인간의 눈이 텅 빈…이라는 문학적 표현 따위는 알 수가 없는 어리디 어린 나이였는데 그때 그냥 그 표현을 저절로 깨쳤다고나 할까… 언니의 눈은 정말 말 그대로 텅 비어 있었거든. 사람의 눈이 분명 색이 있는데도 또한 투명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 있어? 그때 이후 나는 눈이 영혼의 창이라는 말 또한 믿어.


분명 무언가를 보고 무슨 소리들 들은 것 같은데 언니는 마치 입이 강력한 무언가로 들러붙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못 해.


그렇게 한참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마냥 앉아있던 언니는 스르륵 정말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났어.


아무 말 없이 마치 꿈속인 것처럼 휘청거리며 화장실을 가려던 언니가 일어서자…


헐렁한 그녀의 츄리닝 바지에서 뭐가 툭 떨어져...


그건...

바로… 열쇠꾸러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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