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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Sep 22. 2024

의지한다는 것

법정, <말과 침묵>

  우리는 무언가를 의지하며 산다. 그것은 소중한 누군가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존경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뿐 아니라 종교, 취미 등 일수 있다. 사람마다 의지하는 것은 다르다. 



  사전에 찾아보니 '의지하다'의 뜻은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다'이다.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는 존재들을 생각해 보니 크게 3가지가 떠올랐다. 사람, 책, 노래인데 공통점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이야기가 잘 흘러가지 않을 때,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직접 사람에게 혹은 책에서, 음악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말과 글로 시작한다. 이 행위는 나를 치유로 이끈다. 


최근에 법정 스님의 책을 읽으며 '의지'에 대한 인상 깊은 문장을 발견했다. 

 자신을 등불 삼고 자신에게 의지할 것이지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법(진리)을 등불 삼고 법에 의지할 것이지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 <대열반경> 
사람은 누구에겐가 의존하려는 버릇이 있다.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그는 타인,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자신답게 사는 길이다. 그러므로 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이 부처가 되는 자기실현의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지할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나 자신과 진리뿐이라는 것. 불교는 이와 같이 자기 탐구의 종교다. 자기 탐구의 과정에서 끝없는 이웃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 대승불교다. 초기 불교가 자기 자신을 강조한 것은 자기에게서 시작하라는 뜻에서이다. 자기에게서 시작해 이웃과 세상에 도달하라는 것. 자기 자신에게만 갇혀 있다면 그것은 종교일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진실한 지혜란 이웃의 존재를 보는 지혜다. 자기라는 표현이 때로는 (특히 대승경전에서는) 만인 공통의 '마음'으로 바뀐다.
- 법정, <말과 침묵> 


  어디선가 들어본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과도 맞닿아 있는 문장이다. 어떤 권위나 존재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과 말씀에서 지혜를 얻되 나의 삶에서 탐구하며 실행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문장에서 얻었다. 타인을 믿지 말고,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보는 '지혜'와 자기에게서 시작해 이웃과 세상에 도달하라는 '자비'를 이야기하시는 듯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답게 사는 길', '자기실현의 길'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성향과 재능, 만들어가고 싶은 이야기와 바람이 있을 텐데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 만들어가지 못할 때 얼마나 괴로운가. 이 괴로움과 고통은 사실 내 몸과 마음이 내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호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그리고 이 질문들은 자기 자신답게 사는 길, 자기실현의 길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어찌 보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과 고통 역시도 자기다움으로 들어서는 하나의 관문이 아닐까. 


그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다워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등불 삼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그런 이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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