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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Oct 20. 2024

위대한 아마추어

우에다 쇼지와 윤민의 아마추어 

지난주 피크닉에 전시를 보러 갔다. 그 전시가 관심 있어서 간다기보다는 믿고 보는 피크닉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갔다. 전시 이름은 우에다 쇼지의 모래극장이었다(이 전시는 2025년 3월 2일까지다).

출처 : 피크닉 홈페이지 


1913년생, 돗토리현에서 태어난 미술을 좋아했던 소년. 그는 열여섯 살에 선물 받은 카메라로 습작을 찍으며 예술가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고 나서도 예술가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던 이, 그는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고 예술을 해나갔다. 




1983년 그의 나이 70살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응원자, 모델이었던 아내를 잃는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더 이상 사진을 찍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둘째 미츠루가 그런 아버지를 걱정해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패션 브랜드의 화보 촬영이었던 것이다. 


20대에 데뷔해 30대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패션 사진가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다르게 그는 70세에 신인 패션 사진가가 된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80세를 훌쩍 넘길 때까지 계속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존경받으면서 그는 스스로를 언제나 "시골에 사는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 기쁨을 주는 것에 몰입하는 아마추어의 특권을 누리며 그는 자신만의 여정과 모험을 해왔다. 그에게 돈과 명성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야 할지, 잘하는 것으로 해야 할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구본형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밥과 존재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밥이 충족되면 존재가 허하고, 존재가 충만하면 밥을 굶는 이 상황은 일을 하는 이에게 있어 동반되는 숙명적 갈등이다. 


밥과 존재를 통합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정답은 없다. 각자에게 해답이 있을 뿐이다. 우에다 쇼지는 동시에 해 나갔다. 자신이 태어난 돗토리현의 생가에서 사진관을 만들어 생업으로 살아왔다. 굶어 죽을 일 없는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사진에 대한 집착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위대한 아마추어 


도쿄보다 돗토리, 프로보다 아마추어를 선택한 그는 그렇게 위대한 아마추어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달려 나가는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이유와 기쁨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위대한 아마추어 우에다 쇼지. 그는 매우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 전 복면가왕에 나왔던 또 한 명의 아티스트이자 아마추어가 생각났다. 그녀는 터치드의 보컬 윤민이었다. 9연승을 한 가왕의 마지막 무대에서 그는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불렀다. 

https://youtu.be/fdFIl6Jv_O0?si=zBbBCEA-HrRU3KG1 

MBC 복면가왕 224대 복면가왕 결정전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그냥 즐기는 거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모두가 처음 서 보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다. 그리고 자신만의 예술을 해나가는 아티스트이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세상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물음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막막할 수도 있지만 해답을 향한 발걸음을 자연스레 내딛게 해 주리라 믿는다. 그냥 즐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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