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의 대가에게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다. 작년 12월,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강의법을 가르쳐온 전문가이자, 교수들의 교수로 불린 조벽 교수님에게 강의법을 주말 이틀 내내 배웠다.
2017년부터 청소년, 청년들에게 진로와 자기 이해에 관해 강의를 해오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강의를 내가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태권도로 치면 노란띠였다. 이제 막 하얀 띠를 벗어난 두 번째 노란띠말이다. 이틀 동안 14시간을 교수님께 직접 강의법에 대해 배우면서 많은 걸 배웠는데 그중 일부를 남겨본다.
첫째 날 강의장에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벽 교수님이 환영해 주셨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손수 강의장에 있는 TV의 높이를 조절하고 계셨다. TV가 참여자들의 시선보다 약간 아래쪽에 있어 불편할까 봐 위로 올리고 계셨던 것이다. 도와달라고 하셔서 함께 TV 위치를 조정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디테일하게 강의장 환경을 세팅하시는 게 인상이 깊었다.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더 편안하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강의, 이야기를 준비하시는 태도를 배웠다. '마음건강'을 주제로 하는 포럼에서 20분 기조 강연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때 교수님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100시간, 약 6000분의 시간을 들여서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준비하셨다. 내가 새로운 강의안과 이야기 흐름을 만들 때 얼마나 시간을 들이는지를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70대에 가까워지셨음에도 아직도 '현역 강사'일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학습과 배움의 태도 덕분이리라.
이틀 동안 강의법에 대한 보물 같은 내용과 지식, 지혜를 알려주셨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분이 보여주신 미소와 태도다. 다른 말로 하면 친절함과 철학을 두 눈으로 배웠다. 이제 만 7년 동안 강의를 한 내가 30년 동안 강의를 하게 된다면 나는 후배 강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참 궁금하다. 아직은 노란띠지만 꾸준히 찬찬히 내 방향과 속도대로 나아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