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착한 대화 콤플렉스> / 신지영, <언어감수성 수업>
사람을 오해하기는 쉽다.
사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오해에서 이해로 전환하는 과정은 멀고도 어렵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오해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아왔던가.
누군가의 단편을 보고, 조각을 보고 판단하고, 비난한다.
판단의 말, 비난의 말을 함으로써 존중과 연결은 멀어진다.
사람은 태어날 때 그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
<숫타니파나 657>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그 말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로 언제나 되돌아온다. 타인을 향해 모진 말들을 자주 쏟아붓는 이가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을 가장 못살게 구는 사람이다.
존중과 연결, 포용과 사랑의 말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단절 대화의 악순환을 끊어줄 수 있는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언어는 우리가 어떻게 빚어나가느냐에 따라 때론 무례함으로, 때론 사랑으로 가닿을 수 있을 테니까요.
<착한 대화 콤플렉스> p15
대화의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대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그 관계의 끈을 튼튼하게 엮어 가는 것이다. 대화가 일방통행이 되는 것은 그래서 부적절하다. 즐거운 대화가 관계의 끈을 튼튼하게 만드는 이유는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평등하게 인정했을 때에만 대화는 원활하게 오갈 수 있다. 기울어진 대화는 대화 참여자들 사이의 위계를 드러내는 만큼, 즐거운 대화가 되기 어렵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위한 전제 조건은,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은 나눌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다. <언어감수성 수업> p224
서로에 대한 존중, 서로의 존재를 평등하게 인정하는 것,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은 나눌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음이 있다면 그 대화는 즐거운 대화이자, 연결의 대화가 될 것이다.
"저는 각본가입니다만, 늘 말이라는 걸 의심하며 이야기를 만듭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오해라는 게 생기고, 다툼이 생기고, 문화가 생기죠. 그러나 동시에 말에는 애정을 전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모순된 존재인 말과 우리는 어떻게 사귀어가면 좋을까. 하나의 표현, 혹은 하나의 장면만으로 말로는 연결되지 않았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ㅡ 사카모토 유지
타인이 건네준 애정을 전하는 말, 오해가 아닌 이해의 말은 따듯하다. 얼음을 녹이는 건 겨울철 강력한 바람이 아니라 봄날의 따스한 햇살인 것처럼 우리에게는 따스함과 다정함이 필요하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화이트 버드>를 봤다. 거기서 계속 생각나는 대사도 '다정함'이었다.
"살면서 많은 것을 잊게 되지만 다정함은 결코 잊지 못한단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다정할 수 있기를.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도 다정할 수 있기를.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도 다정할 수 있기를.
이 말을 내 삶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