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타인의 고통에 응하는 공부>
제게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습니다. 그 공부는 책상 앞에서만 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세상은 복잡하고 변화는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갑니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6년 동안 연구자로, 시민으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내며 얻은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공부란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그는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다고 한다. 그 공부를 책상 앞에서만 할 수 없었기에, 사람들을 만나고, 시행착오를 겪고, 길을 찾으려 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나는 직장인의 삶을 끝내고,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우울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 시간들은 고통스러웠다.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 소진된 몸과 마음으로는 무언가를 할 수 없었고, 동굴 속에서 웅크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은 다행히 잘 지나갔고, 그 어두움을 품은 덕분에 나는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과거의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고립은둔청년이 전국에 5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방에만 머무르는 이들은 그중 5%인데, 통계적으로만 봐도 2만 명이나 있다. 자신의 삶을 자기로서 살지 못하고, 세상이 만들고 자신이 만든 방 안에서 갇혀있는 청년들이 있다.
저자처럼 책상에서만 앉아서 고민할 수 없었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서울시 마음친구를 하게 되었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부터 월간 마음건강에서 에디터로도 일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열렸던 정신건강 세미나에 참여하여 정부 부처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김승섭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궁금하다.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청년들 스스로는 어떠한 변화를 자기 자신에게 원하는지, 세상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바라보며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