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22년도 두 달만 남았다. 두 달'씩이나'라든가 두 달'밖에'같은 보조사를 덧붙이지 않음은 2022년이 기대감과 아쉬움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추억을 쌓게 해 준 2022년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담백하게 표현해야만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어쩌다 보니' 2022년은 두 달만 남았다.
'어쩌다 보니'를 붙이니 출산과 육아라는 특급 이벤트가 몰렸던 2022년의 하루하루가 호로록하고 정리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서툴렀고 정신없었고 치열했고 힘들었고 아팠고 때로는 울기도 했었지만. 그간의 히스토리를 과감히 축약하고 바로 결과로 연결해버리는 마법과도 같은 다섯 음절, '어쩌다 보니'. 옳다구나! 세상과의 시작을 내딛는 착한 아기가 훗날 아빠가 한 말에 콧방귀를 뀌지 않게끔 2022년의 남은 시간 동안에는 이 마법의 구절로 주술을 걸어놔야겠다.
주술문 : 어쩌다 보니 아빠
어쩌다 보니 기다가 걸었고 걷다가 말했고 말하다 배변을 가렸고
어쩌다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남동생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유치원 학예회의 사회자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학창 시절 동안 반장 부반장을 역임했고
어쩌다 보니 구청장 어린이상을 받았고 (얼마 안 있어 뉴스에 구청장이 비리로 출연했고)
어쩌다 보니 보이스카웃을 했고 (귀신은 지금도 무섭고)
어쩌다 보니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작은 고추가 맵다 했다가 떨어졌고)
어쩌다 보니 축구를 좋아해 얼굴이 시커메졌고
어쩌다 보니 수능을 두 번 봤고 (추천하지 않고)
어쩌다 보니 (전교 어린이 회장에 떨어져 이를 간 건 아니지만) 대학교 부학생회장이 됐고
어쩌다 보니 여자 친구가 있었고 (이는 지금의 엄마를 위한 연습이었고)
어쩌다 보니 군대에 들어가 운전병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군대스리가 준우승으로 포상을 나왔고(주장이었고)
어쩌다 보니 복학 후에 장학금을 받았고
어쩌다 보니 교수님 소개로 광고업에 몸을 담았고
어쩌다 보니 형수님 소개로 진실한 사랑을 만났고
어쩌다 보니 엄마와 결혼했고 (아! 이건 어쩌다 보니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을 만나게 됐고
어쩌다 보니 너무 사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하고 있고
어쩌다 보니 사랑하는 아들과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