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가 달라집니다
이런 검색어를 쓸 줄 몰랐어요
전날 비가 와서인지 하늘이 더없이 청명한 토요일 아침. 베란다 밖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새벽 여섯 시부터 땀 흘리며 놀던 아기는 새근새근 아침잠을 자고 있고 밖에는 집에만 있기에 아쉬운 날씨가 펼쳐져 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평온한 아침을 만끽하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다.
시곗바늘이 조용히 길게 흐른다. 생각보다 긴 아침잠을 자는 아기 덕분에 한가함도 늘어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적응력이 생기면 다음에는 소유욕이 생긴다.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여유를 즐기고 있자니 더 큰 사치를 누리고 싶었다. 평온하게 흐르는 시곗바늘에 용기를 얻어 집콕 생활에서 벗어나 보자라는 욕심을 갖는다.
그렇다. 언제까지 집에서만 생활할 것인가. 아침잠이라는 이벤트를 해주는 옹알이 효자가 있는데 말이다. 아침 햇살 너머의 맑은 하늘은 분명히 나들이를 하라는 유혹이었다. 그리하여 아기와의 카페 방문하기를 결심했다. 결심까지 필요한 일이겠냐마는 외출을 해봐야 동네 산책 정도인 상황에서는 결의에 찬 다짐이 어울렸다. 아기와 함께 가보는 첫 카페. 생후 6개월 아기와 있을 때의 이야기다.
티 없이 자는 아기를 다시 체크한다. 안방의 아기는 새근새근 모드에서 코를 고는 숙면 모드로 들어섰다. 안심이다. 마음을 편히 갖고 거실 소파에 몸을 던진다. 핸드폰 검색창을 열어본다. 옹알이 아기와의 첫 카페이니만큼 동네의 흔한 카페가 아닌 그럴싸한 곳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말이다. 검색어의 시작을 뭘로 할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와이프와의 연애 때만 해도 "분위기 좋은, 감성, 오빠랑" 등등. 카페 검색은 쉽디 쉬운 난이도 하의 일이었다. 하지만 6개월 아기와 카페를 간다면. 그간의 검색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검색어를 써야지?!... 카페 검색을 하면 매번 따라오던 자연스러운 키워드들에 길들여져 있던 손가락은 방황을 했다.
한참이나 적당한 검색어를 떠올렸다. 어렵사리 고르고 고른 신규 키워드는 "아기랑, 6개월 아기랑 카페, 아기의자 카페."였다. 검색어가 달라졌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이 키워드들은 머릿속에 없었고 사용하게 될 줄도 몰랐다. 카페 선정과 함께 카페 주차부터 내부 시설 및 시그니처 메뉴까지 전방위적으로 파악했던 예전의 검색 실력은 이제 크게 도움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달라진 새로운 검색 패턴. 옹알이 아기와 함께 하면 검색어가 달라진다.
"으아아아앙--"
아기가 일어났다. 함께 눈을 붙였던 와이프가 게슴츠레 한 눈으로 아기를 안고 안방에서 나왔다. 결혼이 일생일대의 큰 이벤트라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적어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그간 봐왔던 가족이 아닌 다른 이가 내 가족이 된다라는 사실은 적당한 부담이자 책임감 있는 무거움이었다. 인생의 이벤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남편으로서의 역할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가령 같이 장을 보러 마트를 가고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혹은 늦은 저녁 손을 잡고 영화관을 가고 TV 속 바다를 보고 갑작스레 바다로 떠나기도 하는. 연애의 연장선 느낌이 강한 인생의 긍정 이벤트. 그렇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라는 신분 변화는 있지만 즐길 수 있는 자유로움은 그대로다.
"아직 아기 분유 안 먹었지? 비타민D도 같이 챙겨줘라."
반면 아기가 태어난다면. 즐기는 자유로움은 상상 속 이야기가 된다. 아내와 남편에서 엄마 아빠로 신분이 추가되고 자유로움은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사라진다. 특히 신생아 때는 그 어떠한 것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밤낮 할 것 없이 2시간마다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니 마트는 웬 말이며, 영화며 바닷가는 또 무엇일까. 결혼 때 즐겼던 자유로움들은 한순간에 TV 속 이야기가 된다. 결혼이 인생에서 심심한 변조를 준다면 육아는 삶을 완벽히 변화시킨다. 급격한 변화에 무너지지 않는 것. 이는 육아를 처음 시작할 때의 필요한 필수 마음가짐이다.
"우리 오늘 카페 가보자. 멀지 않은 곳으로 아기 의자 있는 카페 찾아봤어. 여기 봐봐."
아기는 힘차게 젖병을 빨고 있고 비몽사몽한 와이프에게 핸드폰을 건네준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넘기며 한 여자가 핸드폰을 빤히 본다. 그 여자는 여전히 귀엽다. 머리가 부스스한데도 귀여워 보이는 건 무해한 아기의 엄마이자 앞으로의 인생을 약속한 와이프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설렘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나만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옹알이 아기를 키우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환경도 자유로움도 심지어 검색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생각지 못한 변화 속의 생각지 못한 행복의 크기가 아주 크다는 것. 아기와 와이프에 대한 사랑의 크기는 더 부풀어 오를 일만 남았다.
아들과 생애 첫 카페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