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도 그래요

같아지고 싶은 마음

by 이보소

시간이 닿으면 도서관에 들려 책을 빌린다. 사실 불현듯 독서의 바람이 휘몰아치면 그제야 도서관을 방문하는 충동 대여자 책을 빌리는 '편이다'가 옳겠다. 어쨌거나 한여름 속 선선한 바람이 었던 금요일 밤. 다음 날에는 도서관에 들려야겠다 마음먹었다. '선선한 바람 = 가을. 가을 = 독서의 계절'. 고로 난 책을 빌려야겠다는 단순한 논법에 의거하여.


주말이 되면 와이프와 나는 시간을 나누어 서로에게 자유 시간을 준다. 체력이 중요한 육아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씻는 시간이다. 자유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을 방문했다. 선선함 바람이 독서 욕구를 일으킨 충동 대여자이기에 읽고 싶은 책 리스트 따로 없이 무작정 도서관을 향했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도서관 열람실의 오른쪽에서 부분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서의 시간이 많아졌다. 왼쪽에는 에세이 공간이 있다. 한 때 에세이가 무슨 책이냐며 열띤 논리를 펼쳤던 열정 문학 소년의 모습은 흑역사로 남을 정도로 에세이는 최근의 재미 장르다.


새로운 사람을 만다는 것. 얼굴 모르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내 인생에 대한 질문으로도 연결되는 생각의 핑퐁 시간. 주위에 없는 누군가의 삶을 들어보는 것. 에세이의 매력이다. 그럴싸한 허구가 소설이라면 에세이는 실존하는 사실이라 할까나. 혹은 드라마와 인간극장 차이 정도.


충동 대여자가 빌린 에세이는 '아빠가 되었습니다만'. 작가가 누군지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 제목을 잘 뽑는 이들도 출판사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어느 일에든 전문가는 존재한다. 그런 게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라 생각하며 책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충동 대여자는 책을 바로 읽지 않는다. 반납기한을 삼일을 앞두고 제목에 끌려 덥석 집었던 책을 부랴부랴 읽어갔다. 그제야 알게 된 책의 전말. 책은 네 컷 만화이고 작가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사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사실에 위대하신 우리나라 아빠는 순간적으로 결을 따지는 애국심이 생겼다. 물론 책의 첫 장을 보는 순간 애국심을 내려놓게 되었지만.


책은 아기의 행동을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책에 그려진 일본 아기의 모습은 내 눈앞의 한국 옹알이 아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모두 읽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모든 이들의 출발선은 동일하지만 살아가면서 삶의 거리나 깊이가 달라진다라는. 개개인의 인생은 그렇게 스스로 그려나가는 거라는. 일본 아빠는 책을 쓴 작가이고 한국 아빠는 이를 읽는 독자인 것처럼.


우리도 그래요.

책 내용 중 공감 백배였던 구절이다. 남들과 똑같으면 괜히 싫어지는 지금의 나지만 옹알이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극 공감이 되는 말이다. 가령 몸무게는 상위권인데 키는 하위권이라는 언밸러스에 하위권을 상위권으로 수직 상승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이 드는.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잘못된 거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해소시켜주는 말.


우리도 그래요.

어쩌면 어른들의 육아 고민에 대한 위로의 말일지도, 혹은 아기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프레임이 만들어 낸 현상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뭐가 됐든 우리 아기가 다른 아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옹알이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다. 정작 옹알이 아기들은 똑같든 다르든 상관없는 말이지라도 말이다. 아이러니함이 공감이 될 때도 있다. 옹알이 아기를 키운다면.


아빠가 되었습니다만.jpg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야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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