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똥강아지의 경험적 재정의
경험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경험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첫아기를 키운다면 특히나 더욱 그렇다. 출산의 과정, 100일의 기적, 육퇴, 우리를 키우신 부모님의 젊은 시절 등등. 옹알이 아기를 키우면서 확실히 알게 된 두 단어도 있다. 천사와 똥강아지. 이질적인 두 단어지만 실은 하나의 생명체가 모두 내포한다. 참으로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매력적인 종. 바로 인간이다.
옹알이 아기를 키우면 이해하게 되는 단어 첫 번째. 천사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천사 : 순결하고 선량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총각 시절 아기를 보고 천사 같다는 하는 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기가 아기지 무슨 천사 타령을 하며 신앙시 하는지, 진짜 천사를 보고 하는 말인지 같은 불편한 마음. 속은 베베 꼬였지만 겉은 흐흐하는 응대로 그들을 대했었다. 적어도 내 아기를 마주하기 전까진.
내가 천사를 본 건 옹알이 시절보다 더 어린, 눈도 꿈뻑꿈뻑 겨우 뜨는 신생아 시절이었다. 2시간마다 배가 고프다며 혹은 기저귀를 갈아달라며 울음으로 불편을 말하는 아기.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는 조그만 몸이 잠이라도 들면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쉰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때 묻지 않은 순백함이 보인다. 어찌 이를 천사라 부르지 아니하겠는가. 따뜻한 햇빛이라도 혹은 은은한 밤 조명이 더해진다면 순백의 아우라는 절정을 보여준다. 투명한 날개가 달린 것과도 같은 천사의 강림. 아기를 키우면 비로소 천사가 보인다. 천사는 그렇게 명명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천사를 재정의한다면 다음과 같다.
천사(개정판) : 조그맣고 소중한 순백의 아기가 새근새근 잠을 잘 때,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느끼게 되는 감정 혹은 현상
옹알이 아기를 키우면 이해하게 되는 단어 두 번째, 똥강아지. 이 또한 사전적 정의를 먼저 살펴보겠다.
똥강아지 : 어린 자식이나 손주에게 애정을 담아 귀엽게 이르는 말
먼저 똥부터. 아기가 백일이 지나면 옹알이의 횟수 및 소리의 세기는 점점 강해진다. 이때부터 이유식을 슬슬 시작할 수가 있는데 이 이유식란 것이 기존의 아기 변 상태를 다르게 바꾸는 신기한 역할을 한다.
우리 아기는 생후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기용 쌀가루를 구매하여 미음을 만들고 한 땀 한 땀 재료를 갈아 으깨 한 입 두 입을 먹였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이었지만 곧잘 받아먹는 아기. 그러다 보니 변화가 일어났다. 묽은 똥이 된 똥으로 변하는 인체의 신비. 고소하다고 하기까지는 애매했던 냄새가 확실히 고약해졌다. 천사의 똥은 진정한 똥이 됐다. 이렇게 똥이 탄생하지 않았겠나.
하나 더. 옹알이 아기는 입으로 욕구를 해결하는 구강기 시절을 보낸다. 손만 가져다주면 자기 입으로 가져가 잇몸으로 세차게 물며 빨아들인다. 기어가기 시작하고 첫니가 나는 시기가 다가오면 혀로 핥는 횟수는 점점 많아진다. 한 눈을 팔면 어느새 무언가를 핥고 있다. 시선에 걸리면 네 발(정확히 두 팔과 두 다리지만)로 기어가 무조건 할짝할짝 대는 아기. 이를 보고 있으면 흡사 강아지와 다른 게 뭔가 싶다. 여기저기 엉금엉금 그리고 할짝할짝. 이렇게 강아지가 탄생하지 않았겠나.
그리하여 똥과 강아지를 합치니, 똥강아지라는 합성어가 탄생했다. 똥강아지를 경험적으로 재정의해보면 이렇다.
똥강아지(개정판) : 똥을 불규칙하게 싸고 여기저기 기며 핥는 모습이 흡사 반려동물과 같아 이르는 말
인간은 무언가를 깨우치면 한층 성숙하게 된다. 여기서 깨우침은 일련의 충격이 가해져야 성립되는데 얕은 충격이든 강한 충격이든 어쨌거나 뇌리를 때리는 사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육아의 세계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경험도 없는 난생처음의 육아이니 이럴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이다. 아기를 키우면 여러 생각이 드는데 그중 하나가 내 옹알이 시절 때의 부모님이다. '나 또한 이런 시절을 겪었을 텐데. 부모님들이 다 받아주셨겠구나. 감사하다. 젊은 시절의 부모님에게도 지금의 부모님에게도' 같은 전에 없던 생각.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부모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 이 또한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천사와 똥강아지를 키워주신 고마우신 부모님. 부모님을 경험적으로 재정의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부모님(개정판) : 남들 눈에는 안 보이는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 투정과 짜증 등의 불편을 얘기해도 이 마저도 사랑스럽다 하시는 보배 같은 혈연 관계
천사와 똥강아지 시절이 그리울 때는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