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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체 Jan 02. 2023

스톡홀름 북클럽 VOL 02

책은 재미없어도 즐거운 우리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고 지하철에서 열심히 읽어도 페이지가 도저히 넘어가지않던 이 책의 마지막 50페이지를 일어나자마자 읽어버(려야했던)린 일요일.


나는 영화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책도 공상과학이나 판타지보다는 에세이나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다룬 소설들을 좋아하는 사람. 20대에 읽은 판타지는 한 권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런 나에게 북클럽은 400페이지짜리 판타지 책을 읽게했다.


12월 책의 제목은 [The Ten Thousand Doors of January] by Alix. E Harrow 

표지도 내취향이 아니다

이 책은 전형적인 주인공의 여정 서사구조로 진행이 되고 우행시처럼 책 안에 또 다른 책이 교차적으로 등장하는 방식을 따른다. 북클럽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책 안에 또 한 권의 책을 넣어서 진행하는 서사방식이 문학계에서 호평을 받았다는데, 내가 잘못 이해한건지는 몰라도 전에도 봤던 형식이라 딱히 새롭진 않았다. 


문을 통해 열리는 세계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아마도 'Doors' 일 것이다. 제목이기도 하고, 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주인공의 엄마와 아빠가 만나고, 주인공인 January의 모험 역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은 세계를 연결하고 혼란과 희망을 한데에 넣고 뒤섞는다. 문이라는 매개체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봤다. 작가도 어린시절에 혹시 도라에몽을 읽었을까? 이 신비한 문을 발견한 어린 나는 어디론가 이동하기 귀찮을 때 마다, 슥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을 때 마다 도라에몽과 그의 문을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 마법의 문도 신선하지가 않았다. 문을 통해 열린 다른 세계들 역시 상당히... 솔직히 말하면 진부했다. 소금냄새가 나고 석양이 아름다운 아버지의 고향인 City of Nin 부터 시작해서 숲의 전사였던 Jane이 살던 곳 까지. 전형적 헐리우드 영화의 스토리텔링같았다. 놀라움이나 궁금함을 일깨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반려견 Bad

January가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는 같은 동네친구 Samuel이 그녀의 어느 생일에 몰래 데려온 맹견으로 추정되는 Bad는 Sinbad의 애칭이다. 이 용맹한 강아지는 이 책에 나오는 어느 인간보다 용맹하고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개들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Bad는 January를 괴롭히는 모든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멋진 강아지 역시 이 책의 엉겹같은 지루함에서 우리를 구하지는 못한다. 미안... 

 

이 책이 영화였다면?

작가는 많은 내용을 굉장히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가끔씩은 영화 스크립트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나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들이 사실 배우들을 위한 것이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다면? 비주얼적으로는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는데 역시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너무 클리셰같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마치는 생각

좋은 판타지를 읽고 싶다. 정말 매력적인 인물들과 섬세한 스토리, 공들여서 만든 세계관이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다. 브런치 친구들, 아껴둔 당신이 좋아하는 판타지 추천해 주세요. 

 

1월의 책

장르를 완벽하게 바꿔서 1월에는 호러를 읽기로 했다. 그렇게 정해진 책은 'Certain Hunger' 식인을 하는 음식 평론가 도로시에 대한 이야기. 미스터리 호러라고 해봐야 히가시노 게이고밖에 읽지 않은 나에게 또 북클럽이 엄청난 도전과제를 던졌다. 잘 마칠 수 있을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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