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의 위로 10
담벼락 아래에 해바라기들이 활짝 피었어요. 하나가 조금 이상합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반만 피어난 해바라기였어요. 오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정확히 반만 피어난 걸까요?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현재의 내 모습이 보잘것 없어 보였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이 들던 참이었어요. 주변에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속에서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고 선 반쪽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그 존재감에 마음이 훌 끌려 버렸어요.
피어나는 지금 이 순간은 그대로 완전한 한 장면이잖아요. 지금 이 경험이 없으면 완전히 피어난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거든요. 건너뛸 수가 없잖아요. 모든 과정이 당연한 거잖아요. 과거와 미래로 가 있던 관심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무엇이 완전하고, 무엇이 불완전한걸까요?
무엇이 비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인걸까요?
느려도 괜찮아요.
늦어도 괜찮아요.
반만 피어도 괜찮아요.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다 꽃인걸요.
지금은 미래를 위한 지금이 아니예요.
지금은 지금을 위한 지금이예요.
그러니 지금을 즐겨요.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살아요.
온전히 지금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피어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