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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11. 2019

나쁜 말이 나쁜 조직을 만든다

복리후생, 조직문화보다 더 무서운 말과 행동의 디테일

'하인리히의 법칙'이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이제 너무 진부한 이야기일 정도로 작은 것의 중요성은 누구나 아는 게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하는 것은 안 읽은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특히 회사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통해 남긴 많은 조직 문화나 인사 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사실 책에 없어서 블랙 기업을 낳는 게 아닙니다. 좋은 메시지도 나쁜 도구를 통하면 나쁜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 나눌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나쁜 말이 나쁜 조직을 만듭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구글의 조직 문화를 이식하든 넷플릭스의 보상을 적용하든 애자일 방식의 일하는 방식을 시도하든 스타트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든 간에 떠나는 직원들은 있고, 대부분의 우수한 이직자들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턱 없는 보상 혹은 보이지 않는 미래, 그리고 나쁜 조직 문화 때문에 떠나게 됩니다. 직급을 없애고 평등한 호칭을 쓰고 정시 퇴근을 하면서 딱딱한 상대 평가가 아닌 팀 단위 수시 평가를 하더라도 나쁜 말이면 이런 장치들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결국 사람이 싫어 떠나는 것이죠. 



제가 주변에서 본 아이러니한 일은 나쁜 말을 한 본인은 그게 심각한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마치 성추행처럼 '이 정도로 상처를 받아?' 이 수준의 의식으로 이걸 자신의 고민이라고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곤 하죠. 그러면서 요즘 애들이라든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든지 이런 말로 자신의 말을 합리화시키려 합니다. 그게 지금까지 그 사람을 여기까지 버티게 한 힘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조직은 우수한 사람을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잃게 되고 역량은 시나브로 줄어들게 됩니다. 어떤 디테일이 우수한 제도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까요? 주변에서 사람 때문에 나간 케이스들을 생각해 봅시다.






1. 작은 성공에 대한 격려보다는 전체적인 폄하

기본적으로 기업은 구성원의 인적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이라고 피터 드러커는 책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동기부여는 인적 역량을 향상하는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더십을 다룬 책들의 단골 소재였죠. 하지만 나쁜 말은 동기 부여를 여지없이 밟아 버립니다. 누군가가 시도할 때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박수 정도는 쳐줘야 동기부여가 됩니다. 작은 성공을 큰 성공으로 확대하는 것이 경영 전략의 기본입니다. 나쁜 말은 이 부분을 공격합니다. 당장의 실패를 질책하고 질책이 어려우면 우울한 분위기를 조성해버리는 식이죠. 우수한 직원은 여기서 얼마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2.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과 반복

제 아티클에서 정말 많이 다룬 내용입니다. 일을 바라보는 철학과 방법론을 코칭하는 게 아닌 결과 단면의 디테일만 지적하는 경우입니다. 배울 게 없습니다. 기계와 대화하는 것 같죠. 보고서의 폰트, 레이아웃, 제목 세부적인 내용들. 물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 차이는 무엇이며 이게 이래서 어떨까'가 아니라면 집단 지성은, 회사는 무의미한 집단이 됩니다. 더군다나 반복해서 고친 것을 또 보고 이유도 말하지 않고 다시 고치라고 하고 또 지적하면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일수록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3. 불리하면 위에서 내려왔다는 면피

가장 정치적인 멘트입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관리자, 중간 관리자는 절대 써서 안 될 말입니다. 그 자리 값을 못한다고 자인하는 것이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조직에 불필요한 중간 단계가 있는 것은 이런 말이 도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 헤드가 부조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 같이 손 잡고 나오면 될 일이죠. 좋은 것은 내가 했고 나쁜 것은 내가 아닌 위나 아래가 한 것으로 말하는 사람은 실제 자기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4. TMI를 요구

사소한 정보를 모읍니다. 일이 돌아가는 배경을 모두 알고 싶은 것은 좋은데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업망에 대한 것이나 다른 부서의 상황, 심지어 조직원의 개인 사생활까지 말 끄트머리에 슬며시 더 넣어서 물어보거나 떠 보는 사람 말이죠. 아무리 일을 탁월하게 해도 전근대적인 조직에서나 통하던 방법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시간이 해결할 일이지 억지로 끌어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5. 결론이 없는 말, 결론을 기다리는 말

업무로 대화를 하면 모든 대화의 끝이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게 조직의 숙명이죠. 하지만 배경만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안 되는 이야기만 하면서 결론 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기는 해야 하는데 자기가 하기는 벅차거나 이미지에 타격에 있으니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사람이 하라는 말을 그렇게 하는 경우입니다. 결론이 없다는 것은 멍청하거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대화할 때 답답한 상사는 정말 답답한 생각을 가졌거나 너무 잘 알아서 자기 손으로 하기 싫어서 주변의 힘을 빼놓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정치로 연명하는 방식입니다.



6. 일반론으로 치부

무시하는 말입니다. 퍼포먼스는 퍼포먼스로 말해야지, 퍼포먼스를 인격에 연결시키는 타입입니다. 지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지각을 했다고 지각이 모든 업무의 늦은 대응으로 다 연결시킵니다. 경험상 지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업무 데드라인을 어길 때도 있지만 정확히 체크해 보면 보통 사람 수준이거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나누지 않고 딱 잘라서 그게 하나의 심볼이 되는 것이죠.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인적 자원 활용의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몇 개의 사건으로 '쓸모없는 사람', 'B급 인재' 식으로 낙인을 찍으면 사람의 진정한 잠재력은 알 수 없습니다.



7. 은연중에 클러스터링

일반론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일반론이 어떤 차별을 낳는 경우죠. 흔히 말하는 학벌, 경제력, 성별, 결혼 여부, 직급, 출신 등 할 수 있는 모든 군집할 수 있는 기준으로 '그래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말의 이면에 이런 것이 묻어 있으면 작은 부분이라도 듣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조직을 와해시키고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런 클러스터만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것이죠. 능력보다는 인맥에 의지하고 본질보다는 현상에만 몰두하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8. 높이는 것과 낮추는 것은 자유자재

호칭을 자유롭게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다나까'는 아니더라도 아직 상사는 높이고 부하직원은 낮추는 대화가 만연합니다. 물론 요즘은 의식이 개선되어 꼰대들처럼 막 내려 까는 일은 없겠지만 아직도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젊은 꼰대'의 자격 조건 중 하나인 내가 맘에 안 들거나 유리한 대화 포지션을 가져가고 싶을 때 낮추는 말을 쓰는 것 말이죠. 방심한 사이에 들어온 말의 디테일은 동기부여를 앗아갑니다. 그냥 까라면 까라는 이야기 이상으로 들리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욕을 하는 것이죠.



9. 되묻고 되묻고 되묻기

계속 묻습니다. 예전 레퍼런스 어디 있더라, 그때 누구랑 했더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이런 식으로 주변 사람, 특히 조직원들에게 묻습니다. 몰라서 몇 번 묻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찾는 노력도 없이 계속 묻는 것은 나쁜 말입니다. 직원을 자신의 비서처럼 부려먹는 것이죠. 의외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업무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거나 과거에 몸담았던 일이더라도 그때도 주도적인 역할이 아닌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는 말이죠. 계속 묻는 것은 아까운 조직의 집중력을 빼앗습니다.






앞으로 이런 말을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들을 자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나쁜 말은 사무실을 예쁘게 꾸미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만족할만한 제도를 만들어도 몰입도를 가차 없이 떨어뜨리고 인재를 유출시키며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사실 회사 생활은 대부분이 말입니다. 회의할 때나 보고할 때나 발표할 때, 심지어 보고서도 이메일도 다 말을 적은 것이니까요. 소프트 파워가 조직을 바꿉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나요?("God is in the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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