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외부 기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Nov 13. 2023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할까

말은 간단하지만 힘이 대단하다. 그 사람의 실체에 비해 말을 잘한다는 이유로 인기를 더 얻는 경우가 있다. 연애 프로그램이나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말을 한다는 것은 나의 가치를 더 올리는 기술로 보인다. 단순히 어떤 메시지를 말로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그 순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직장에서도 말을 할 기회가 참 많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말을 할 때도 있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개진하기 위해 말할 때도 있다.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고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보다는 건설적인 말을 하는 동료와 일하고 싶은 게 보편적인 마음이다. 말이 나오게 만드는 방식을 바꾸어서 더 나은 말을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연습이 필요하다. 즉, 연습하면 더 말을 잘할 수 있고 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말을 잘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중에서 도요타 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토대가 된 ‘사전 조율’과 ‘5-Why’를 토대로 일 잘하는 사람의 화법을 들여다보자.




서로의 온도를 맞추는 과정



여러 사람이 일하는 직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심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아는 배경을 실제 일하는 누군가는 몰라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일을 착수하기 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을 해라’가 아니라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부터 일을 할 때 염려되는 상황이나 이 일이 전체적인 그림 속에 어디에 있고, 이 일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일을 만든 사람부터 전달하는 사람, 실제 하는 사람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서로가 생각하는 일정, 형태, 디테일까지도 처음에 모두 다 늘어놓고 대화한 후에 시작해야 두 번 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배경 설명을 들으려고 귀찮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한 때 제조 프로세스의 강자였던 일본 기업들에서 하는 ‘네미와시(根回し, ねまわし)’ 문화가 이와 비슷한데, 회의를 하기 전에 회의 안건을 미리 조율하고 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네마와시는 도요타의 TPS 등에서 나타난 부작용인 너무 많은 사전 조율의 시간에 의한 변화 속도 부적응, 반대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 등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많은 정보를 서로 교류하는 부분만 가져온다면 지금도 조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의사소통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이 주제가 나오게 되었을까
구체적인 결과물의 형태는 어떤 것인가
중간에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알려드리면 좋을까



크게 이 같은 세 가지는 일을 착수하기 전에 꼭 합의해야 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필수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나중에 서로가 만족할 수준의 결과를 이른 시간 내에 도달하게 해 준다. 마치 물고기를 키우기 전에 물 맞댐을 먼저 하는 것처럼 사전 조율은 조직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문제의 뿌리를 찾아라



컨설팅 회사나 전략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 중 중요한 것은 ‘root cause’, 즉 문제의 뿌리를 찾는 능력이다. 드러난 현상 이면에 현상을 여기 시킨 근원을 찾아 바꾸는 것이 전략 컨설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비단 전략 컨설팅에만 이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요타의 TPS에서는 ‘5-Why’ 기법으로 문제의 뿌리를 찾아 제조 현장을 바꾸기 위한 생각의 틀을 제시했다.



늘 염색 품질에 문제가 있는 의류 공장이 있다고 하자. 대부분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고객사에서 원한 수준의 채도가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네. 다시 하고 불량은 이렇게 처리하도록 합시다.”


그렇지만 한 발 더 나가서 문제의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염료를 물과 섞을 때 물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반복되고 특히 이 시기에 이게 심해지는데, 작년에도 이 시기에 이 염료와 진행할 때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이 문제가 발생하는지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깊이로 찾아 나가는 작업이 말하기 전에 필요하다. ‘5-Why’는 말 그대로 다섯 번까지 문제의 뿌리에 뿌리를 더 파내 보자는 것인데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서너 번만 파 내려가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뿌리를 찾을 수 있고 현재의 품질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염료와 섞는 물의 품질을 일정하기 유지하기 위해 수질 정화 장치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더 집중할 수 있고 염색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예의 있게, 또 정확한 용어를 숫자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듣고 하는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으로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배경에 대해 충분히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 작업자 입장에서는 애매한 부분을 모두 해소하고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장의 문제를 보면서 문제의 근원을 더 깊이 파 내려가는 것으로 더 나은 출력의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지금껏 내가 분석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프로세스로 정보를 취득하고 어떤 생각을 거쳐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입출력의 방식을 바꿈으로써 업무의 능률을 높이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품질 그리고 창의> '23년 11월호 '소통의 기술' 코너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업무 성과를 돋보이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Tip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