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차별화 하기
구독 경제 이전에 이미 멤버십이 있었습니다. 무료 멤버십이죠. 과거 백화점에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멤버십이 있었고, 동네 슈퍼마켓 중에서도 결제 금액의 일정 비중을 포인트로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멤버십은 사실상 유예된 할인 효과를 만들면서 고객을 lock-in 하게 만드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멤버십을 유지하는 것이 고객을 계속 이 서비스만 사용하는데 크게 효과는 주지 못했습니다. 멤버십을 통해 고객 등급을 부여하며 고객의 up-selling을 유도하고 등급의 유효 기간을 바꾸어 가면서 retention을 바랐지만, 멤버십은 그 자체로 고객 유지의 수단이 아닌, 그저 결과였기 때문이죠.
생각해 보면 유예된 할인 혜택을 주는 이점이 있다고 해도 고객은 싫은 서비스에 포인트를 남기지 않고, 이미 쌓은 포인트 때문에 계속 그 서비스를 쓰는 비중은 많지 않습니다. 습관성 주문이라고 부르는 형태를 유지하는 고객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시장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인 나이가 많은 고객이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된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더 나은 것이 있다면 시장이 그렇듯 빠르게 돈 쓰는 곳을 바꿉니다. 그래서 서비스 그 자체에 고객을 묶는 동인이 있으며 할인은 차별화를 내는 수단이 아니기에 효과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쿠팡, 마켓컬리, 배민 등 많은 플랫폼이 유료 멤버십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시장에서는 유료 멤버십을 만드는 이유로 수익성 강화를 생각합니다. 습관성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있는 플랫폼이 일정 수준의 지출을 한다면 추가 수익이 일정 부분 유지되면서도 lock-in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보통 유료 멤버십을 발표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유튜브나 MS-Office나 링크드인 등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서비스들은 무료로 사용하는 고객대비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합니다. 정확히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멤버십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여기서 차별성은 가격 할인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격 할인만이 멤버십의 유일한 수단인 플랫폼의 멤버십은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습니다.
쿠팡이 최근 멤버십 가격을 인상했지만, 많은 유료 회원들은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고객별로 정량적으로 현재 얻고 있는 금전적 혜택이 올린 멤버십 비용대비 얼마나 손익이 나는지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적인 효용이 인상된 가격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론 플랫폼에서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고객은 사실 그런 숫자를 깊이 보면서 멤버십 유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정성적으로 차별성을 생각하면서 유지 여부를 생각하는 것이죠. 쿠팡의 당일 배송과 무료 반품, 쿠팡 플레이 및 쿠팡 이츠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혜택 중 일부는 타 서비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고객 편의를 제공하기에 대체할 수단이 없고 그 총량이 충분하기에 이탈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유료 멤버십의 대표 격인 OTT서비스 역시 차별성이 아니면 멤버십 유지가 어렵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은 서비스가 끝까지 살아남았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거나 드문 서비스는 이미 막을 내렸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매년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려고 하고 IP 확보에 많은 돈을 쏟는 것도 결국 차별적 가치를 내기 위한 부분이죠. 단순히 서비스의 요금제를 낮추는 것으로 단기 이상의 펀더멘털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반면 차별적 혜택이 없는 멤버십의 미래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얼마 전에 유상 멤버십을 시작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멤버십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무료 배달을 묶음 배달에 유지하는 것과 일부 쿠폰을 더 주는 것인데, 이것은 차별적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적 콘텐츠를 가지지 않는 한 결국 치킨 게임에 들어가면 수익성만 악화되는 결과를 맞게 됩니다. 커머스 플랫폼이 어떻게든 PB 상품을 만들어서 차별적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배민은 배민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지 않고 있습니다. 외식 시장의 특성상 몇 개 브랜드를 스스로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주문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한계가 있을 것이고 혹시 성공한 브랜드도 금방 트렌드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서비스의 유료 멤버십은 고객 편의로 승부를 걸지 않는 이상 멤버십 증가 및 유지에 빠른 한계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유통사들이 멤버십을 운영하고 매년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멤버십을 어떻게 고도화시킬지 다시 투자를 하지만 이를 통해 뚜렷한 효과를 본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멤버십 자체에 매달리니 그렇습니다. 멤버십 고객을 분석해서 뭔가 해 보려고 하는 것은 부수적인 부분일 뿐 멤버십을 통한 lock-in과 up-selling은 멤버십 등급별 기준과 혜택을 다시 바꾼다고 해서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기업들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제휴 할인의 혜택을 조금 높여 놓고 그것을 통한 고객 유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차세대 멤버십 구축 자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죠.
마켓컬리는 유료 멤버십을 유지하면서 일부 쿠폰을 멤버십 고객에게 주고 있지만, 사실 컬리의 성공은 콘텐츠이고 그것을 보여주는 큐레이팅에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큐레이팅 서비스의 특성상 마켓의 볼륨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취향 선호 고객, 지불 가능한 고객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기에 그것을 넘지 못합니다. 모두를 만족하려는 시도는 큐레이팅을 약화시키고 쿠폰 몇 장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보고 멤버십을 지속하려는 고객의 유인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은 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른 영역의 제품과 서비스 제안을 성공한 수준의 큐레이팅으로 확장시킬 때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볼륨을 늘릴 수 있지, 이미 지속하는 콘텐츠에서 영역 확대는 디브랜딩을 만듭니다.
많은 제조업 브랜드에서 멤버십을 만들면서 스스로 잘하는 부분으로 접근하지 않고 시장에서 잘해 보이는 것을 따라 하다가 어려움에 처합니다. 플랫폼을 만들고자 해서 이미 이 브랜드의 멤버십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로 한정해서 넓히지 않고 규모를 말하면서 멤버십을 키우려 합니다. 역시 큐레이팅에 실패해서 기존 경쟁 우위를 잃게 됩니다. 이런 기업에서 기존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은 왜 우리 멤버십을 이용하는지 알고자 하지 않은 채 멤버십을 운영하는 다른 회사를 볼 뿐이죠.
게임기 엑스박스(X-Box)는 OTT처럼 유료 멤버십인 “게임 패스(Game Pass)”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유료 멤버십은 최소 1만 원도 안 되는 비용을 고객이 한 달 동안 지불하면 게임 패스에 속한 게임들은 별도 구매 없이 해당 기간 즐길 수 있는 구독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하나에 작게는 3~4만 원, 많게는 10만 원 수준의 게임 타이틀을 나와 맞는지 체험판 외에는 심한 정보 비대칭으로 알 수 없는 게임 시장에서 초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이것도 매달 쌓이면 나중에 큰돈이 되지만 당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초기 게임패스는 독점 타이틀, 타 콘솔 게임기 대비 차별적 콘텐츠가 비교적 적은 엑스박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소수의 독점 타이틀을 게임 패스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본력을 앞세워 인수한 회사의 게임 역시 게임 패스 안에 넣어 할 수 있는 게임을 많이 늘리게 되었죠. 심지어 일부 타이틀은 구독이 아닌 다운로드판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할인을 하는 혜택까지 일부 게임패스 구독 혜택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후부터 게임패스는 새로운 구독자 유치 속도가 더디어지게 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일부에서는 늘 하던 장르의 게임만 하는 유저에게 게임패스는 사실 많은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견부터, 게임 자체가 플레이 타임이 길어 대부분 한 타이틀을 몇 달 동안 하게 되는데 구독을 유지하면서 얻는 체감적 혜택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는 구독자가 생겼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출시되는 엑스박스 독점 타이틀의 퀄리티가 이전만 못한 것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Halo’, ‘Starfield’ 시리즈의 최근 타이틀은 이전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마저도 PC에서 할 수 있는 등 독점적 콘텐츠라고 말할 부분에서 경쟁력이 이전보다 약화된 것이죠. 독점적 콘텐츠가 넘치는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보다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현재 게임패스에 있는 타이틀은 점점 할만한 대작보다는 조금 인디 게임이 더 많고,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대작들이 더 많은 것 같으니까요.
결국 아무리 고객 멤버십을 유료든 무료든 만들어서 포인트를 주든 쿠폰을 주든 비용대비 멤버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효과는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이것만 보던 고객마저 놓치겠지만, 근원적인 멤버십은 고객이 떠나지 않는 이유가 되는 차별적 콘텐츠와 서비스에 있는 것이죠. 많은 마케팅 예산이 이렇게 퍼주는 금전적 혜택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 돈을 조금씩 서비스 차별화에 전용하면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 많은 돈을 들고 고객에게 뿌리는 기업에게는 경쟁력이 없어질 뿐입니다. 늘 하던 멤버십은 결국 잘 된 차별화가 끝난 시점에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