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드론 배송 혁신에서 찾은 자연모방 기술
세계 최대 커머스기업 아마존은 2017년 10월 드론 배송에 관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1] 전혀 놀랍지 않죠? 아마존은 이미 드론 배송 시스템에 관한 40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인항공기를 위한 다층물류센터 Multi-Level Fulfillment center for Unmanned Aerial Vehicles >란 제목의 이 특허 문건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물류센터를 도심 속에 다층으로 건설
세계적인 유통 기업들이 물류센터를 확장하기 위해 실행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보통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어마어마하게 넓은 부지를 매입하고, 화물차와 배송인력을 넓히는 등의 행보를 펼치는데요. 아마존은 특이하게도 넓은 부지를 활용하기 힘든 도심에 고층 물류센터 건설을 계획한 것입니다. 축구장 몇 배 크기 면적의 물류센터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 시점에도 말이죠.
2) 벌집 모양을 본떠 설계된 다층물류센터
아마존 규모의 기업이라면 최고의 건축가를 섭외해 최첨단 건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발표할 법도 한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바로 ‘벌집 모양 다층물류센터’ 였습니다. 벌집 모양을 본떠 설계된 물류센터라니, 특이하죠?
벌집 모양의 다층물류센터는 아마존이 2013년부터 집중하고 있는 드론 배송 시스템 프라임에어(Prime Air)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건물이 세워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마존은 프라임에어의 어떤 문제점 때문에 벌집 모양을 모티브로 설계한 다층물류센터를 고안하게 되었을까요?
2016년 12월, 아마존은 세계 최초로 드론 배송에 성공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 근교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드론은 고객이 주문한 지 30분 만에 아마존 Fire TV 셋톱박스와 팝콘 한 봉지를 고객의 집 마당에 배송 완료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프라임에어 실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프라임에어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를 제외하고도 넘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2]에서 아마존 또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고요. 아마존 실험 배송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물류센터와 배송지 사이의 짧은 거리였습니다. 이처럼 드론으로 배송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배송 거리의 문제입니다. 배송 거리가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 인데요.
1) 드론의 한정된 배터리 용량
자동차의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를 해야 하는 것처럼 드론도 충전이 필요합니다. 자동차보다 훨씬 더 자주 충전이 필요하죠. 시중에서 판매하는 저가 드론의 경우 5-10분, 중고가 드론의 경우 20-30분마다 한 번씩 충전을 해줘야 합니다. 주유소처럼 드론을 충전하기 위한 장소는 당연히 전무한 상황이고요. 기상상황이란 변수도 있습니다.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면 배터리가 더 빠르게 소진됩니다.
2) 드론 배송의 정확도
어린아이에게 돈을 주며 과자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슈퍼가 가까울수록 아이가 심부름에 성공할 확률은 올라갑니다. 길을 잃을 염려도 적고 빠르게 과자를 산 뒤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드론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거리가 짧을수록 기상상황, 혼잡도 등의 변수를 줄일 수 있고 배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3) 혼잡도의 문제
잠시 출근길을 생각해봅시다. 각자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수 백대의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립니다. 차들은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도 하고 분기점에서 교차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만약 한 대의 드론이 아니라 여러 대의 드론이 상공에 있는 상태였다면 성공의 확률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높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고,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드론 배송이 안전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드론이 효율적으로 상하차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실시간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드론(drone)이라고 불립니다. 무인항공기가 벌(drone)처럼 윙윙 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요. 아마존은 드론 배송 시스템의 문제의 해답을 바로 벌집에서 찾았습니다. 수 천마리의 벌들이 꿀을 나르기 위해 드나드는 벌집 모양을 본떠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자연을 통해 심플하고 스마트한 해결책을 얻은 자연모방 설계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벌집구조를 건축에 응용하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1965년 헝가리 수학자 페예시 토트는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면적을 가진 용기를 만들면 육각형이 된다"며 벌집 구조의 효율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기도 했습니다.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벌집식 사이층 구조를 만들기도 하고, 충격 완화를 위한 완충장치를 벌집구조를 본떠 만드는 것도 비교적 일반화 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특허에서 아마존은 육각형의 벌집구조보다 벌들이 벌집을 형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벌집의 구조를 살펴보면 평균 1m가량의 길쭉한 원통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벌집 무게의 30배 이상되는 꿀을 수용할 수 있고 한 번 군집하면 4-5년가량 머물며 개체수를 늘립니다. 벌집은 수 백 마리 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비행을 마친 벌이 쉽게 드나들 수 있게 설계되었고 꿀 저장 공간, 벌들의 군집 장소, 여왕벌이 알을 낳는 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3] 이처럼 도심 속 다층물류센터도 긴 원통구조로 수 백 대의 드론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 물류 유통을 위한 공간, 드론 충전 공간 등이 설계되었습니다.
특허에 삽입된 그림을 통해 벌집과 아마존 다층물류센터를 조금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소메트릭으로 본 다층물류센터 1층에는 화물차와 고객들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있고 건물 전체 층에 걸쳐 드론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소메트릭(isometric view)은 평면상에 3차원 물체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 입니다. 여기서는 건물 전체를 조망하기 쉽게 그려놓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정면도를 살펴보면 무인항공기가 들어와서 물건을 패킹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해 나가는 프로세스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특허문건에 삽입된 다층물류센터의 운영 프로세스입니다.
최근 물류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축구장 면적의 몇 배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는 기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축구장 7배 크기에서 30배, 141배 크기까지 물류센터의 면적이 곧 빠른 배송의 지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4]
하지만 도시 안에 이 정도 규모의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도시 외곽에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는 땅값이 매우 비싸고 설령 돈이 아주 많다고 하더라도 이미 건물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한 기업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존은 벌집에서 힌트를 얻어 드론을 위한 도심 속 물류센터를 아파트나 고층빌딩처럼 부지를 넓히는 대신 높이를 올리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벌집 모양 다층물류센터가 도심에 세워지면 앞서 프라임에어의 치명적인 약점에서 언급했던 '거리'의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1) 도심 속 배터리 충전소
도심 속에 고층 물류센터가 생기면 드론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류센터 상층부는 드론이 드나들며 물류를 상하차 할 수 있고 굳이 낮은 곳으로 착지할 필요 없이 바로 충전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도심 내에 드론을 위한 주유소가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2) 짧은 배송거리로 배송 정확도 상승
도심 내에 물류센터가 생기면 배송거리가 짧아져 배송 정확도가 상승합니다. 또한 건물 하단에는 주문자가 직접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셀프 픽업대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드론이 하나하나 배송해야 하는 물건의 양이 줄어드는 효과뿐 아니라 주문자가 원하는 물건을 빠르게 픽업할 수 있는 배송 경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도심 내 강한 컨트롤타워로 사고 예방
한 대의 드론이 아니라 몇 백 대의 드론이 상공에 있다면 혼잡도가 증가합니다. 도심 내 들어 설 물류창고에는 드론을 통제하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탑재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송 중인 드론을 실시간 통제할 수 있고 변수가 생겼을 때 재빨리 대처할 수 있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드론과 이에 수반되는 건물 높이 등에 대한 수많은 규제 그리고 드론을 컨트롤하는 중앙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기상조인 특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임에어를 발표하고 3년 만에 처음 드론 배송에 성공하고 프라임에어 상용화를 위해 40여 개의 드론 관련 특허를 낸 아마존의 행보를 보면 그리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본력을 토대로 도시 외곽에 대규모 물류 창고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드론에 적합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자연에서 발견해내는 아마존의 혁신적인 행보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존은 문제의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파격적인 선택을 하면서 전세계 커머스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교통,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을 선택했고, 무인 항공기를 위한 다층물류센터의 사례의 경우 '문제'의 해답을 자연에서 찾았습니다. 벌(drone)의 비행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벌집(drone station)을 통해 해결책을 발견한 것이죠.
조금 독특한 해결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자연에는 수십 억년에 걸쳐 축적된 생존의 노하우가 가득합니다.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는 그 노하우를 모방해 문명을 발달시켜왔고요. (▲ 호모 미미쿠스의 탄생) 실제 오늘날에도 제조업, 신소재, 바이오, 헬스케어, 건축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자연모방을 활용해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으며 인간의 지각, 학습, 추론 능력 등을 프로그래밍한 인공지능처럼 개미 군집의 움직임을 연구해 프로그래밍한 자율주행차 등 첨단 IT분야에서도 성공적인 자연모방 기술사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고, 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모미미쿠스는 앞으로도 아마존의 사례처럼 자연모방을 통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
자연에서 반짝이는 영감 얻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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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Dmitry Fedotov [커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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