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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ICUS Dec 13. 2018

Prologue. 호모 미미쿠스의 탄생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모방해왔다

프롤로그



호모 미미쿠스 (Homo Mimicus) 

흉내를 잘 내는 인간 혹은 모방하는 인간을 뜻한다. 인간의 속명인 호모(Homo)와 흉내를 잘 내는 생물체를 일컫는 미미쿠스(Mimicus)를 결합한 단어로, 생존에 최적화된 자연을 모방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특성을 가졌다. 약 10만 년 전부터 존재한 현 인류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이을 다음 인류로 기대된다. 




인류의 진화와 모방 DNA 


38억 년 전부터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종이 존재 해왔습니다.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서 많은 생물종이 새로 출현했고 또 영영 사라져 버렸죠. 자연의 섭리에 예외는 없습니다. 유인원을 조상으로 둔 침팬지와 인류 또한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한 종이 탄생했고 그중 일부는 흔적도 없이 멸종되기도 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현재의 인류 종이 살아남은 건 38억 년 중 고작 10만 년에 불과합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뇌의 크기가 크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는 도구를 사용해 짧은 시간 안에 자연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서서히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른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개개인의 생존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1] 직립보행을 한 덕분에 대초원에서 사냥감을 찾긴 쉬웠지만 네발 동물에 비해 팔의 기능이 저하되었고, 목과 허리에 통증을 달고 살게 되었죠. 


©I,Science


많은 생물종들이 자신이 딛고 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 골격, 몸 안의 장기 구조까지 바꾸며 적은 에너지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모 해왔습니다. 반면 인간은 도구를 활용하기 좋은 형태와 사회적인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진화했습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 개별의 생존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회적인 능력이 발달한 것이지요.


도구를 사용하기 쉽게 손 근육이 발달했고, 번식에 초점이 맞춰진 수많은 생물종과 달리 인간은 사회적 권위, 신성성, 그리고 개인의 행복 등을 이유로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인류는 다른 생물들에 비해 물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도구와 시스템을 만들어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치타보다 빠르게 이동하게 되었고, 총과 폭탄을 이용해 맹수보다 빠르게 사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물을 재료로 사용했음은 물론이고, 특정 환경에서 이미 최적화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연을 모방해 가장 효율적인 형태와 메커니즘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인류의 진화 방향이 결정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모방 DNA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모방해왔을까


아주 본능적으로 인간은 주변의 동식물을 활용하고 모방하며 진화했습니다. 돌과 뼈 등으로 무기를 만들어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지었고 나무로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얻었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자연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STEP 1. 아주 일차원적인 모방 


일부 전문가들은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인 선사시대[2] 때부터 자연모방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토템 시대에 거대 동물의 뼈는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는데요. 동물의 이빨이나 뿔을 보고 칼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고래의 이빨 내부가 비어있는 것을 본떠 잔과 토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물체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모양을 본떠 있는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STEP 2. 생물체를 모방하고 발전시켜 도구에 적용


기원전 4,000년 전에 중국인들은 누에를 관찰해 섬유를 뽑아냈습니다. 명주실과 비단을 생산했고 거대한 무역 길인 실크로드가 형성되며 문명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오늘날엔 당연한 과정이지만 당시 누에의 특성을 관찰해 인간의 쓰임에 맞는 형태로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명주실과 비단옷을 입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기원전 2,470년) 또한 이집트 남부 카르가 오아시스에서 서쪽으로 수백 마일 뻗어 있는 언덕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3] 그동안 피라미드 모형이 하늘로 승천하는 계단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보스턴대학 원거리 감지센터의 파루크 엘-바즈 소장은 미국 고고학 학술지를 통해 피라미드는 나일강 계곡으로 옮겨온 유목민들이 모래 언덕 형태를 본떠 거대 건축에 적용한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고대 그리스 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년~기원전 322년)는 '모방'에 대해 인간의 자연적이고 타고난 기능이므로 인간의 행위 및 만족의 근원이 된다 [4]고 주장했고, <자연학>이란 저서[5]를 통해 자연을 '모방'해 설계하는 것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 바 있습니다. "어떤 방법 중에 조금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자연의 방법일 것"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미 많은 생물체의 생존을 통해 증명된 진화의 노하우가 자연에 축적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이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STEP 3. 구체적인 자연모방 설계와 자연모방 학문의 정립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오늘날에도 주목받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로 과학자, 발명가, 건축가, 수학자, 예술가 등으로 수식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가 남긴 수천 개의 스케치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최고의 스승은 자연이며, 인간은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발명을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연모방을 활용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일례로 단풍나무 씨앗을 연구해 헬리콥터 날개를 구상하고 새와 박쥐의 뼈 구조를 모방해 비행 기계의 도식을 그렸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 날개 스케치 © wikimedia


산업화 이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좀 더 면밀히 자연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모방 설계가 학문적으로 검증되고 정립되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의 광학자이자 상원위원이었던 지아코모 시아 미시안(Giacomo Ciamician)[6]은 1912년에 광합성의 원리를 활용해 석탄 없이 도시를 운영할 수 있는 굴뚝 없는 세계를 묘사한 논문을 썼고,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오토 슈미트[7]는 1950년대에 생체모방(biomimetics)란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재닌 베니어스(Jenine Benyus)는 그녀의 저서 <Biomimicry>에서 자연모방이란 뜻의 biomimicry란 용어를 창안하고 "자연모방이야말로 자연이 가져다준 혁신"이라고 설명하며 지속가능한 공학기술 설계 방식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 산업적 설계를 하는 자연모방은 곧 전 세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관심을 끌었고 재닌 베니어스는 Biomimicry 3.8이란 컨설팅 조직을 열어 지금까지 자연모방을 통한 지속 가능한 혁신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인류의 진화, 호모 미미쿠스의 탄생


생존에 취약한 신체구조에도 불구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와 문명의 발전을 통해 10만 년이란 긴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오래 살아남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게 되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생태계를 이루던 많은 생물종이 멸종해 균형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진화를 위해 틈틈이 자연을 모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생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이제 자연재해, 인재 등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의 존폐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간은 아주 본능적으로 자연을 모방해왔습니다. 하지만 꽤 긴 시간 동안 자연을 모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한계로 자연을 모방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기술과 도구가 발전했고 생물체의 메커니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일삼던 일회적인 자연 활용이나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방향적인 설계 방식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개발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인류는 당면한 과제 앞에서 일회적인 발전이 아니라 자연모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최적의 방식을 찾는 호모 미미쿠스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향후 구체적인 자연모방 사례를 통해 자연모방이 공학과 산업 그리고 사회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계속 소개하며 진화하는 인류, 호모 미미쿠스의 행적을 기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자연모방의 개념을 정립하고 구체화한 재닌 베니어스의 말을 인용해 본 글을 맺을까 합니다. 


Designers should get in the habit of 
bringing a biologist to the table,
and let them help solve problems
by mimicking nature 
-Jenine Benyus-




[1]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2015., 김영사) 

[2] Bionics: Biological insight into mechanical design. (Dickinson, M. H., 1999.,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96(25), pp. 14208-14209.)

[3] 피라미드, 사하라 모래언덕 형태 모방

[4] 모방 예술 [IMITATIVE ARTS] (타타르키비츠 미학사 : 고대 미학, 2005. 4. 20., 미술문화)

[5] 자연학 [Physics] (아리스토텔레스)

[6] Giacomo Luigi Ciamician

[7] Otto Schmitt

기타 참고한 글 - Biomimicry: A history (David Staley) 


이미지 출처 

© I,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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