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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ICUS Feb 11. 2019

스타트업, 호박벌처럼 살아남기

외관보다 내실을 다지는 스타트업의 생존법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두 개의 물건이 있고, 

품질과 가격이 같다면 조금 더 예쁜 걸 선택하는 건

정말이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인간 세계에선 예쁘고 잘 생긴 것 자체가

엄청난 경제가치로 환원되고 있기도 하죠.


(워후, 거울 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생물 전체에 적용할 순 없겠지만, 

몇몇 생물종은 멸종의 위기 앞에서도 

이성 때문에 비효율적 진화를 택하기도 하고, 

생존력이 없어도 보기 좋은 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참고 -  실용성 없어도 예쁜 수컷 선호하는 동물들 


스타트업 용어 중엔 '존버 정신'이 있습니다. 

네, 바로 '존나게 버티는 정신'입니다. 


존버정신이란 말은

스타트업의 거칠고 불안정한 환경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하고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매일 느낄 수 있습니다.


ⓒ온라인게시판 


이런 (엄청난) 서비스를 만들면 

고객들이 폭풍처럼 밀려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무도 내 서비스를 모릅니다.

친구들에게 두 번 세 번 말해줘도 

"야 맞다 네가 뭐 한댔더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팀 조합을 기대했는데,

손발이 맞기는커녕 서로에게

손발이 나가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도 정해지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은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 일단 '그럴싸하게' 뭐든 만들자!

앱 서비스라면 트렌디한 UI를, 

프로덕트라면 취향저격 패키지를, 

기술이라면 요즘 '핫한' 기술 영역을 

활용하면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 방법이 잘 먹힐 수도 있습니다.

팀의 빠른 행동력과, 

내실 있는 아이템이 전제된다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합니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내실에 집중하기로 한 스타트업에게 

용기가 될만한 곤충이 있습니다. 

(엥? 성공한 스타트업이 아니고?) 


바로, 호박벌(Bumblebee)!입니다. 


ⓒ와구와구꿀둥이


이게 뭔 소린가 싶은 분들을 위해

호박벌과 딜레마에 빠진 초기 스타트업의 

모양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오래전부터 호박벌이 비행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호박벌은 스스로 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날 수 있는 것"


뚱뚱한 몸에 비해 턱없이 작은 날개를 가진 호박벌이

비행하기 불가능한 신체구조를 가졌기 때문인데요. 


스타트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을

거의 매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호박벌도 '비행'에 대한 여러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호박벌을 날게 한 건 

날 수 있다는 '믿음' 이 아니라, 

130도 각도로 초당 230회를 반복하는

날갯짓 때문입니다. 


호박벌은 앞전와류란 토네이도를

만들어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엄연한 날갯짓!) 


ⓒ사이언스라이프


스타트업이 조금씩 혹은 폭풍 성장하는 것이 

성장한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매일을 존버하며 노력한 덕분인 것처럼요. 


하지만,

호박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호박벌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바로 

웃긴 모양새로 비웃음을 샀던 

그 '날갯짓'에 숨겨진 비밀이란 사실입니다. 


곤충의 날개에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체온을 유지해주기도 하고,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도 하고,

사막에서 물을 저장하기도 합니다. 


호박벌의 우스꽝스러운 날갯짓에도

색다른 기능이 있는데요. 


바로, 토네이도 날갯짓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 근육에서 비롯된 고주파 소리입니다

말벌과 꿀벌과는 전혀 다른 소리라고 합니다.


벌은 꿀을 모으며 살아가잖아요.

그러려면 식물의 화분에 잘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호박벌이 웅웅 거리는 소리를 내면

꼭 닫혀 있던 수술이 열리면서 화분이 나옵니다.

꽃의 화분은 동물의 정자에 해당합니다. 

존속을 위해선 무척 중요한 자원인 것이죠. 


감자, 가지, 토마토 같은 식물들은 

이 소중한 화분을 호박벌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자발적으로 내어줍니다.  

식물과 호박벌 사이에 있는 

일종의 계약 같은 것인데요. 



* 참고 - 호박벌이 가진 비밀열쇠 -Buzz Pollination


이를 버즈 폴리네이션 (buzz pollination)이라고

부릅니다. 곤충이 식물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붙여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몇몇 곤충들이 행하는 강력한 협력방식이라고 합니다.)


버즈 폴리네이션은 호박벌의 차별화 전략입니다. 

보기엔 좀 불안정한 날갯짓이지만,

누구보다 내실 있게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비결인 것이죠.


초기 스타트업도 호박벌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우선 전혀 그럴싸해 보이지 않죠. 

하지만 그 열악한 환경을 지지대 삼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과 자본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더 효율성을 생각하게 되고, 

필사적으로 자신들만의 강점을 찾게 됩니다.

물론 선택과 집중에도 단련되어 있죠. 


대기업에서는 관심조차 없었던 

틈새시장을 발견해 대박을 내기도 하고,

시스템이 견고한 조직에선 할 수 없던

파격적인 행보로 혁신을 이루기도 합니다. 


호박벌과 식물들의 협력관계처럼 

스타트업은 비슷한 업종끼리 연대하거나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공생관계를 만들며 긍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요 특성입니다. 


이런 스타트업의 노력들이 모여

투자자들이 고개를 저었던 스타트업도 

유니콘이 되어 세상에 변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쓰고 보니, 

스타트업의 호박벌 같은 생존법만큼 중요한 건

내실을 다져가는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를 가장한 비하)가 많습니다. 


이 회사는 이래서 안 되고,

저 회사는 저래서 안 되고,

그 회사는 그냥 안 되고,

너는 이래서 망할 거고...

한 번 망해봤으니 또 망하지 않을까? 

라는 부정적인 시선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선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요?


호박벌의 날갯짓처럼 

허점으로 보이는 그 부분이

누구도 열기 힘들었던 

고객의 마음을 여는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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