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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ICUS Feb 21. 2019

침팬지는 아플 때 산에 오른다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자연 이야기

친구들 만나면 요즘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제 경우 직장 얘기, 진로 얘기, 연애 얘기, 로또 얘기는 고정 주제인 것 같아요. 최근엔 '결혼(+관련된 많은 것)'과 '건강' 주제가 추가되면서 나이 듦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운동, 식습관,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건강을 챙기는 척했지만 여전히 SNS 광고만 보고 영양제를 구매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이제 정말 몸에 대해, 건강에 대해 알아야 할 텐데 말이죠. 


여러분, 아플 때 어떻게 하세요?

저는 호들갑이 심한 편이라 아픈 느낌이 스멀스멀 들면 크게 바쁜 일, 급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아래 적은 8단계의 행동 프로세스를 보입니다.


1. "아픈 것 같아"라고 말한다

2. 미룰 수 있는 일은 모두 내일의 나에게 미루고

3. 병약한 표정으로 약국에 가서 약을 받는다

4. 최대한 땀을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5. 푹 잔다 

6. 그래도 안 나으면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7. 처방전을 받아 다시 약국에 간다

8. 꼼꼼하게 복용법을 듣고 약을 복용한다 


인간은 아프면 보통 견딘다, 약국에 간다, 병원에 간다 세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요. 제 경우 급한 일이 없으면 첫 번째 단계는 생략하는 편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별 일 아니야'라며 견디시다거나 약국에서 약만 사드시는 경우가 많죠. 자식들 입장에선 속이 탑니다. 그래도 죽고 싶을 만큼 심한 두통엔 할머니가 강제로 먹인 천마즙이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도 하고, 소화불량엔 매실액, 으슬으슬 몸이 추울 땐 뜨끈한 오미자차가 병원행을 막는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민간요법이라고 부르죠. 


침팬지는 아플 때 어떻게 할까요?

침팬지는 사람과() 침팬지 속()에 속하는 유인원입니다.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아 침팬지를 통해 인간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려는 연구도 많이 시도되어 왔죠. 침팬지는 지능이 높은 동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제인 구달은 초식동물로 알려졌던 침팬지가 원숭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침팬지는 서부붉은콜로부스, 붉은꼬리원숭이 등을 먹는 잡식동물임이 밝혀졌습니다. 실제 긴 막대기나 돌 등의 도구를 사용해 사냥을 하기도 합니다. [1]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는 아플 때 어떻게 할까요? 탄자니아에 거주 중인 침팬지 차우시쿠(Chausiku)의 예를 들어볼게요. [2] 


1. 무기력해집니다. 둥지에서 나올 수도 없죠

2. 소변 색이 진해지고, 대변 횟수가 줄었습니다. 

3. 힘겹게 일어나 마할(Mahale) 산 국립공원까지 비틀거리며 갑니다 

4. 활짝 핀 베르노니아 아믹달리나 나무 앞에 섭니다.

5.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식물의 어린 순을 땁니다

6. 앞니를 사용해 껍질을 벗겨 물기 있는 유기 조직을 빨아먹습니다.

7. 둥지로 돌아와 취침합니다 

8. 24시간 후 동료들과 태연하게 먹이를 먹습니다 


연구결과 차우시쿠는 회충이나 주혈흡충 감염 증상을 앓다가 베르노니아 아믹달리나의 유조직을 먹은 뒤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침팬지들이 특히 우기에 이런 행동을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아프면 산에 올라 평소 먹지 않는 식물을 먹고 내려오는 것이죠. 다른 침팬지는 아스필리아 잎을 먹고 기생충이 다닥다닥 붙은 배설물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침팬지들은 어떻게 알고 기생충을 없애는 식물을 먹었을까요? 인간처럼 식물 성분에 대한 정밀 연구를 했을 리도 없을 텐데 말이죠.


동물들은 스스로 약사가 된다?

차우시쿠의 행동을 연구한 마이클 허프만 교수는 침팬지처럼 스스로 치료하는 동물에 대해 계속 연구를 해왔는데요. 개미, 나비와 같은 곤충부터 고양이, 양, 원숭이 같이 거의 모든 동물들이 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몸 안에 유충이 자라면 일부러 독이 있는 풀을 먹고, 앵무새는 배탈이 났을 때 진흙을 먹어 독성물질이 함께 배출되도록 합니다. 허프만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어떻게든 스스로 치료합니다.
삶의 이치와 같죠


돌이켜보면 지구 상에 인간만큼 '섭식'에 대해 둔한 존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양소를 생각하며 먹긴 하지만 저의 20대만 돌아보더라도 영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식을 먹으며 차곡차곡 온몸에 독을 쌓고 있었으니깐요. 허프만 박사가 생물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을 '삶의 이치'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도 그 이치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은 어미로부터 자가치료를 배운다고 합니다. 영장류의 경우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면 먹이가 안전한지 실험하기 위해 '시식자' 역할을 정하기도 하고요. 2010년 미국의 자프 드 루드 교수는 황제 나비를 연구해 곤충은 본능적으로 자가치료를 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곤충과 동물을 보면 섭식 행동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연구를 살펴보면 막상 섭식 행동, 음식 선택 방식에 대한 연구가 가장 나중에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3] 연구 결과를 보면 네팔에 사는 원숭이가 채집하는 먹을거리를 대부분의 네팔 사람이 채집하는 것처럼 인간은 다른 영장류가 먹는 걸 보고 음식 채집 법을 배운 것 같은데 말이죠. 


우리에겐 과학과 기술이 있긴 하지만 그 과학과 기술 또한 최근엔 동물들의 섭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동물의 섭식 법과 치료법을 모방[4]해 치료약을 만드는데 큰돈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연의 자가치료법이 인간의 건강한 섭식과 치료에 대한 큰 인사이트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더 중요한 건 생각보다 무심했던 식습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겠죠? 저는 먼저 손에 들고 있는 (과한)나트륩과 탄수화물의 결정체, 과자와 젤라틴과 (과한) 당분의 결정체, 젤리를 내려놓아야겠어요. (롬곡)



[1] 침팬지  

[2] The Self-Medicating Animal : What can we learn from chimps and sheep and maybe even insects that practice medicine on themselves?, The NewYork Times Magazine by Moises Velasquez-Manoff, 5 May 2017 

[3] Biomimicry: Innovation Inspired by Natrue, Janine M. Benyus, Harper Collins, 2009 

[4] 동물의 자가치료법을 연구하는 학문을 동물 생약학이라고 합니다. 현대 약물에서 사용되는 7000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이미 식물에서 얻어지던 것이지만 이것이 입증되기까지는 수천 년의 세월의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황금시대>, 제이 하먼, 어크로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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