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철물점 커뮤니티 '철모' 정기총회 & 송년회 후기
내가 철물점 종사자들의 모임(이하 철모)을 만난 건 아마 작년 9월쯤이었을 것이다.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그때 당시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야 공구 파는 사람들끼리 오픈 채팅방이 있네~'라며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이 작은 단톡방은 이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아주 소중한 아지트이자 내 답답함을 해소해줄 탁 트인 숨구멍이 되었다.
철모가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철물을 수입하고 판매하시던 철모 대장(?)님은 여기저기 소매 사장님들에게 영업을 하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거 내가 직접 다니기보다는 이 사장님들을 모아보는 게 어떨까?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작게 시작한 이 커뮤니티는 이제 500명이 넘는 수억-수십억 매출을 올리는 철물점, 공구상 사장님들의 대광장이 되었다. 나처럼 공구 관련 책을 쓰신 작가분들도, 수천~수십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계신 유튜버 분도 계신다.
이번에 다녀온 2022년 철모의 정기총회(또는 송년회)는 저번 총회보다 더 즐거웠다. 유통하시던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찬조 경품은 어마어마했고 영업엔 도가 트신 분들이라 여기저기에 으하하하는 호탕한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2023년이 가기 전에 2022년에는 모든 걸 털고 가겠다는 후련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서로 인사하고 가까워지는 친근함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대화들이 오가는 가식 없고 진심만이 보이는 오랜만의 모임다운 모임이었다.
https://blog.naver.com/your09life/222954908038 (찐한 후기는 블로그에)
철모는 꼭 친목만을 다지는 모임은 아니다. 과거 커뮤니티를 기획했던 내 경험을 도태로 이야기하자면 철모는 전국 곳곳의 영향력 있는 철물점, 공구상이 모여서 꿍땅꿍땅하면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어낼지 보여주는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선례라고 본다. 정기총회에서 들었던 2022년의 철모와 앞으로의 비전은 크게 3가지로 들을 수 있었다.
전동공구, 캐스터, 안전용품, 건자재, 목재, 수공구 등 각 전문 가게와 디월트, 밀워키 등 브랜드 대리점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주로 지역 위주의 B2C와 근처 현장 B2B 납품으로 운영하시는데 이제는 이렇게만 하는 시대는 아니다. 오픈 마켓을 통한 이커머스, 하루 만에 전국 어디든지 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으로의 진입이 쉬워졌다. 그래서 철모에서는 전국 철모 회원들이 서로 제품을 주고받는 유통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브랜드 총판, 수입사들도 철모 회원의 연결로 대리점을 모집하기도 한다. 철모로 검증되고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본 사장님들과 제품을 거래하는 게 사람의 당연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도소매 유통망이 구성되어 어떤 제품들이 오가고 소비되는지 데이터 확인이 된다면 다음은 직접 제조를 하는 게 유통업의 성장 방향이다. 철모에서는 지금 KOSTO, TOSKO라는 PB 브랜드를 런칭하여 OPP 테이프, 스트레치필름 같은 포장재부터 롱비트소켓, 테크트럭(대차)까지 다양한 제품을 공동수입 및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홍보와 유통은 철모 회원들이 맡고 있다. 회원들에게 있어서 이 PB 브랜드는 사업의 경쟁력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만약에 서로 경쟁하는 마음이었다면 이렇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까? 각자 먹고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시장을 함께 키워야 같이 성장한다는 공생의 마음이 있으니 철모가 이렇게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공구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 처음 느꼈던 부분이다.
꼭 경쟁해야만 성장하는 게 아니구나
어떤 누구가 말해준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몸으로 머리로 각자 느끼고 고생한 뒤 커뮤니티에서 만나보니 알게 모르게 공감하는 것이다. '너도 잘되면 나도 잘됩니다.'는 공생종합상사(공구로운생활)의 기본 철학도 철모에서 탄생하였고 활동하면서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정기 총회에 한 번씩 참여하면서 내 스스로 철며(?)듬을 느낀다.
처음엔 어색했으나 두 번 보니까 반갑고, 거래처 납품이 급해서 다른 사장님이 도와주셨는데 이제야 직접 뵙다니 너무 고맙다. 채팅방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직접 만나서 인사를 하는 재미가 있다. 주중에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바쁘게 일하지만 주말에 만나면 화끈하게 회포를 풀고 친목을 다지는 분위기, 옛날 조상들이 땀 흘리며 농사를 하다가 새참을 먹으며 잠시 쉬는 느낌을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철모 정기총회에서 촬영, 콘텐츠 제작 부분을 맡았다. 아니 내가 제안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떤 보상을 바란 게 아니다. 어떤 동기가 생기지 않으면 몸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내가 자발적으로 무엇을 하게 된 것도 참 오랜만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앞으로 나도 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이다. 그래서 내가 그나마 가장 잘하는 콘텐츠 제작을 맡았다. 열심히 촬영하면서 주위에서 사장님들이 '너무 고생하신다.' '혼자서 못 즐기시는 거 아니냐.' 하셨는데 나는 내가 거기서 제일 잘 즐겼다고 자부한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그게 철모에 기여를 하고 회원 사장님들이 좋아하셨다는 게 나에겐 가장 즐거웠다.
2023년의 철모의 모습이 기대된다.
500명이 넘어 이제 대형 커뮤니티가 되었으니 어떤 신사업이 실행될지, 10번째 정기 총회는 어떤 분이기일지 그리고 철모가 공구업계, 철물업계에 어떤 영향력을 줄지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마지막으로 또 철모에 내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따라서 공구로운생활은 어떤 성장을 할지 기대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5Td88QOEkTc&feature=emb_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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