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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Apr 05. 2023

공구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

[#17]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즐겨보는 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하여 엔드밀을 제작하는 한 MRO 기업인데 회사 내의 여러 이야기를 하는 영상에 열정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그런 채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을 제외하고 직원 모두가 나갔다고 한다. 결국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되었는데 그 밑에는 날선 댓글들이 많이 보였다. 사장이 정신을 못 차렸네 그런 회사를 누가 가냐는 등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문장들을 보니 참 답답했다. 같은 사장이라서 그런지 어쩔 수밖에 없는 사장의 절실함에 공감이 되는 한편 MRO, 공구업계를 바라보는 편견에 살짝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lLkYCUAYg&t=311s

(유튜브 채널 '이과장'에 소개된 기업)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그렇게 난리다.

다르게 말하면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어느 대기업의 생산직은 경쟁률이 500:1이 넘었다는 반면 어느 지방 중소기업에는 높은 월급과 숙박을 제공해 주는데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 취업 준비생들은 갈 곳이 없단다. 이를 두고 사장이 직원을 굴려 먹네 편한 일만 찾는 직원들의 편식이네 서로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 입장을 헤아려줄 여유가 없는 닭가슴살 같은 퍽퍽한 사회 탓이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의 연봉과 복지, 당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공구업계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교적 투박해 보이는 업무 스타일, 공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한국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요인이 사실상 전무하다. 설사 들어온다고 해도 상상 이상의 고생으로 갑작스럽게 그만둔다고 한다. 공구상 사장님들을 모아 소주를 따르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1시간 안으로 소주 한 짝은 동나지 않을까 싶다. 해결책은 없고 나간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욕하는 수요 없는 공급 같은 한풀이가 되돌림 되는 술자리일 것이다.


웃기게도 나는 사장보다 나간 사람의 마음에 더 공감하는 편이다.

얼떨결에 공구업계에 들어왔고 처음에는 공구가 참 싫었다. 오너십이 있어 망정이지 만약 직원이었다면 바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팩스로 서류를 주고받고 용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고객은 답답해하고 이 업계는 나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업이니 뭐니 하기 전에 내가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겉으로 있어보이는 사명감으로 쉽게 이 업계에 뛰어든 건 아닌지? 아니면 나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건 아닐지?


“내가 과연 평생 이렇게만 일을 해야 하나?”



우린 업계에서 어떤 역할인가?

지금은 나름대로 고민을 잘 풀어가는 중이다. 가장 먼저 우리는 공구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의했다. 공구상은 맞는데 우린 공구를 ‘쉽게’ 알려주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는 기술자들에게 전문적으로 공구를 알려주겠지만 우리는 공구를 최대한 재미있고 유익하게 알려줘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처음에 공구의 ‘공’자도 몰랐으니까. 소위 다른 사장님들이 공구라는 재료로 섬세한 호텔 요리, 장인 정신의 오마카세를 만든다면 우리는 펭귄 밀크, 이유식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보다 경험있는 전문가는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이야기해줄 자신은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XQ3R3-CdlY&t=71s

(최근 '공구로운생활' 채널에 업로드한 영상)


어떤 서비스로 일할 것인가?

공구를 유통하는데 혹은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이긴 한데 그러면 어떤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가고 싶어 하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는 배달 요리가 너무 좋아서, 3살 때부터 중고거래를 해서, 금융 석박사라서 가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IT 서비스, 솔루션 자체가 좋은 걸 수도 있다. 가령 공구 유튜브를 운영하는 공구상이라고 한다면 공구가 아니라 ‘유튜브 운영’이 좋아서 일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공구를 판매하긴 하는데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팔지에 관심을 보일 때이다.


결국 기업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사람의 특성처럼 본질도 중요하지만 부차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공구’라는 본질의 디폴트 값에 서비스, 조직 문화, 비전 등 다방면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다행인 점은 공구는 어려움에 굳세게 버텨온 튼튼한 본질이라는 것이다. 세대를 이어온 역사, 장인 정신이 있다. 이 위에 어떻게 살을 붙여야 할지를 고민해야 앞으로 젊은 세대들의 공구업계의 문 노크 수가 늘어날 것이다.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https://blog.naver.com/woodproshop


https://www.youtube.com/c/%EC%B2%A0%EB%AC%BC%EC%A0%90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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