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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Dec 27. 2023

태,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

[#23]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최근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젊은 제조업 기술자들이 줄어든다는 말을 보았다.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고 이제는 은퇴 직전의 숙련공들만 남아있다고 한다. 기술학교, 기능대회 등 숙련공들을 교육하는 기관들이 있으나 점점 참가 인력이 줄어드는 걱정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보상. 금전적 보상을 비롯하여 숙련공에 대한 대우 부족에 있다고 한다. 과거 명장이라고 불리며 창창한 미래를 보장받았던 기술자들도 이제는 당장 먹고 살 길을 찾아야만 한다. 과거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던 블루칼라는 이제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AHVB3ueSQ


공구상 일을 하며 많은 기술자들을 만나고 자주 이야기했다. 아버지뻘 되는 거래처의 기술자분들과, 앞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어린 친구들과 대화하면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이 문제의 요인이 귀결된다.


“결국 몸 쓰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

그래도 직업이 다양해졌다고 여긴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솔직하게 요새 몸 안 쓰는 일이 어딨을까? 우리가 흔히 아는 쿠팡맨, 배민 라이더, 택배 기사는 업무 강도가 상상 초월인데 지원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고 한다. 공무원, 은행원 등 서비스직도 툭하면 악성 고객에게 시달리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지원율은 치열하다. 술자리만 가면 누가 더 힘들지 대결하는 이 헬조선 속에서 유난히 기술자에게만 몸 쓰는 일이라는 거부 잣대가 강해 보인다. 나는 이렇게 속으로 결론 지을수 밖에 없었다. 우린 몸 쓰는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몸 써 보이는 일을 안하려고 한다"

'태'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겉에 나타내는 모양새’인데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가 입는 옷부터 매무새부터 더 나아가 행동거지까지 광범위한데 우리가 기술자 직업을 기피하고, 몸 써 보이는 일이라고 여기는 결정적인 이유가 이 태에 있다. 물론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 문제의 작은 시작과 방점은 이 ‘태’에 있다고 본다.


내가 일하는 곳 근처는 지식 산업센터들이 건설되고 있다. 

점심시간 때면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나오는데 어느 특정한 거리 앞에는 사람들이 쉽사리 지나가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연초를 뻑뻑 피며 침을 뱉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더우면 웃통을 벗고 작업복 조끼만 입고 어린이집 앞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안전모를 베개 삼아 누워 자고 있다. 기술자가 여러 종류가 있다 해도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그래도 가장 개선되는 분야는 ‘목수’인 것 같다.

엔드 유저들과 만나는 공간에 투입되고 목공이 기술력과 예술성도 포함되기 때문일까? 메이저 브랜드로 공구를 라인업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니폼을맞추는 등 멋진 목수, 목수 크루들이 많아졌다. 전진소녀, 김채이 등 기술 인플루언서들도 대부분 목공이고 이들이 오히려 공구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소녀 목수로 출발하여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유튜버 ' 전진소녀 출처: 채널예스 24)


한 분야의 전문가, 장인은 남다른 태가 있다.

복장부터 말투 그리고 행동까지 그들의 존재 자체에는 전문성이 묻어나 있다. 하루의 루틴이 있고 묵묵히 버텨온 손놀림이 있다. 치기 어린 오만함을 일찌감치 벗어났고 칭찬에 겸손하나 눈은 튼튼히 빛난다. 후세대 양성에 힘쓰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또 후배들에게 배우며 시대의 파도를 탄다. 내가 존경하는 전문가, 장인은 이런 모습이다.


현장 곳곳에 가면 존경하는 기술자들이 많다. 다만, 조금 안 보일 뿐이다. 우리가 못 보는 곳에서 묵묵히 전문성을 발휘하여 산업을 일구고 계신다. 글을 쓰는 나한테는 이런 선배님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태를 관찰하고 표현해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 이게 나만의 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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