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심판을 잘못하시겠는가? _욥8:3
1 그때 수아 사람 빌닷이 대꾸했습니다. 2 "자네가 언제까지 그런 말을 하겠는가? 언제까지 거친 바람처럼 말하겠는가? 3 하나님께서 심판을 잘못하시겠는가? 전능하신 분이 정의를 왜곡하시겠는가? 4 자네의 자식들이 그분께 죄를 지었다면 그 죄 때문에 그들을 버리시지 않았겠는가? 5 그러나 자네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전능하신 분께 은총을 구한다면 6 또 자네가 순결하고 정직하다면 지금이라도 그분께서 자네를 위해 직접 일어나 자네의 의의 자리를 회복시키실 것이네. 7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을지라도 자네의 나중은 심히 창대하게 될 걸세. 8 부탁하는데 이전 세대에게 물어보아 그 조상들이 알아낸 것을 들을 준비를 하게. 9 (우리가 어제 태어나서 아는 것이 없고 이 땅에서의 우리 인생은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네.) 10 조상들이 자네에게 가르쳐 주고 말해 주지 않겠는가? 조상들이 마음에서 나온 말로 쏟아 내지 않겠는가? 11 늪 없이 왕골이 자라겠는가? 물 없이 갈대가 자라겠는가? 12 아직 푸른색이 돌아 꺾을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다른 풀보다 먼저 시들어 버리지 않는가? 13 하나님을 잊고 사는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라네. 하나님 없는 사람의 소망은 망해 버릴 것이네. 14 그가 바라는 것은 끊어질 것이고 그가 의지하는 것은 거미줄 같을 것이라네. 15 그가 자기 집에 기대어도 집이 서 있지 못할 것이고 그가 단단히 붙잡아도 집이 버티지 못할 거란 말일세. 16 그가 해 아래의 싱싱한 식물같이 새 가지가 정원 가득 뻗어 나오고 17 그 뿌리가 서로 얽혀 바위 더미를 두르고 돌 속에서도 자리를 찾지만 18 만약 그 자리에서 뽑히면 그 자리도 '너를 본 적이 없다'고 하며 밀어낼 것이네. 19 이보게, 이것이 그런 길의 기쁨이나 그 땅에서는 다른 것이 자랄 것이네. 20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온전한 사람을 버리지도 않고 악을 행하는 사람을 도와주지도 않는 분이시라네. 21 그리하여 그분이 자네 입을 웃음으로 채우시고 자네 입술을 기쁨으로 채우실 것이네. 22 자네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수치로 옷 입고 악한 사람의 장막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네." _욥8:1-22, 우리말성경
욥을 향한 핀조명이 꺼지고 빌닷을 향한 핀조명이 켜진다. 빌닷이 말을 시작한다.
하나님께서 심판을 잘못하시겠는가? _욥8:3
그럴 일은 없다. 빌닷 또한 엘리바스처럼 틀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완전하신 하나님께서 심판을 잘못하실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심판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보기에 안 좋은 일은 모두 심판인가? 신자의 삶은 언제나 술술 풀려야 하는 것인가?
친구들의 말을 듣다보면 참과 거짓을 판단함에 혼란을 겪는다. 이 말은 맞는 말, 저 말을 틀린 말로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그 말들의 진위가 정해져있지 않다는 의미다. 말은 화자의 의도에 의해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것이지 말 자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심판을 잘못하실 분이 아님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빌닷이 그 말을 한 의도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놓고 하나님께서 어떤 의도로 그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판단이 들어있다. 이는 맞는 말을 가지고 하나님을 왜곡한 것이 된다. 하나님은 심판을 하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5 그러나 자네가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전능하신 분께 은총을 구한다면
6 또 자네가 순결하고 정직하다면 지금이라도 그분께서 자네를 위해 직접 일어나 자네의 의의 자리를 회복시키실 것이네.
이 말 또한 틀림이 없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는 순결하고 정직한 신자를 회복시키시는 분이다. 그러나 이 말은 네 상황이 이러하니 죄를 지었을 것이고 무조건 그 죄를 뉘우치라는 의미가 들어있으므로 또한 잘못 사용된 틀린 말이 되었다.
왜곡된 진리는 폄하되어 세상의 조롱을 받는다.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진리가 인간의 사고 수준 안에 갇혀 얕고 값싼 사상이 되어버린다. 욥기 8장엔 그 유명한 구절이 들어있다.
7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을지라도 자네의 나중은 심히 창대하게 될 걸세.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망과 기대를 품게 하는 이 말은 아쉽게도 빌닷의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이해 속에서 나온 왜곡된 말이다. 심지어 빌닷은 욥의 인생을 초보단계로 폄하해버렸다. 지금 욥이 하는 고민과 절규를 빌닷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욥이 진정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시작한 것이라면 빌닷은 아예 그 문턱에도 가지 못한 것과 같다.
욥은 보잘것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많은 자녀와 재산, 종들을 거느린 부요하고 명망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그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렸고 심지어 그의 몸 마저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우리 삶의 희비, 혹은 고저는 순간일 수 있다. 순간인 것이 우리의 수준을 나타낸다면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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