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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10. 2024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종이 놀이터> 1화. 




재미를 찾아서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인생은 스톱모션> 2탄 <종이 놀이터> 첫 작품으로 '오즈 내추럴 공모전'에 냈던 영상을 가지고 왔다. 제품 이름이 '오즈'여서 '오즈의 마법사'를 소재로 종이 스톱모션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로시, 허수아비, 사자, 양철나무꾼의 얼굴이 몽글몽글 떠오르자 공모전 기간이 남아있는 것만 확인하고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 이력을 보고 공모전 수상 경력이 많다고 하지만, 당선된 것만 적어놔서 그렇지 출품하고 떨어진 것은 훨씬 훨씬 x 훨씬 훨씬 많다. 이 작품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고, 최소한 입선은 할 줄 알았는데, 낙선을 했다. 참가상으로 오즈 내추럴 스프레이 한통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고, 나에게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기쁨으로 남았으니까.




신비를 찾아서


도를 아십니까? 

하면서 다가오는 사람이 우리 동네에 아직도 많이 있지만 나한테는 거의 말을 걸지 않는다. 가까이 오려고 하면 인상을 험하게 쓰고 귀찮다는 듯한 연기를 과장되게 하는 것으로 물리친다. 딸이 그런 사람들에게 자주 걸려서 스트레스받아하길래 연기 지도를 해주었고, 딸에게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오렌 연기 아카데미


신비를 아십니까? 

냉소적이고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벗어나 속도를 늦추고 주의를 집중하여 유심히 관찰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맑은 물로 먼지 낀 눈을 씻어내고 흐릿한 세상을 명료하게 바라보자. 


신비란 호기심을 발동시켜 스스로 발견한 아름다움이다
신비교 교주 오렌



마음을 찾아서


오늘 읽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거짓말했어요! 내가 속였어요! 난 늙지 않았어요

난 삶에 질리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다

아직도 내 맥박과 가슴을 뛰게 해요


난 아직도 여자를 꿈꾸죠, 뜨거운 여자, 나신의 여자,

좋은 여자, 나쁜 여자,

격한 왈츠의 화려한 박자

그리고 사랑에 빠진 밤들의 꿈도.


난 이런 사랑조차도 꿈꾸죠

말없고 아름답고 또 순수했던

저 성스러운 첫사랑 같은 그런 꿈을요.

그리고 난 아직 그녀를 위해 울 수도 있죠.




놀랍도록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 이 글은 1901년,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쓴 '거짓말 했어요(Ich log)'라는 시다. 


"난 늙지 않았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늙지 않는 마음을 생각한다. 

늙지 않는 마음이라고 할 때,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곧잘 떠올린다. 


이때의 아이란, 무분별하고, 유치하고, 물가에 내놓은 듯이 위험하고, 경계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가 아니다. 

때 묻지 않고, 자신의 기쁨을 향하고, 슬플 때 울 줄 알고, 양보할 줄 알고, 질 줄 아는, 경계가 맑고 투명한, 성숙한 아이를 말한다. 


그런 아이 같은 마음이 곧 늙지 않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늙지 않았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총기 어린 눈을 가진 호호 할머니가 되기 위해 

마음을 찾아 떠나자.





아름다움을 찾아서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하든, 

옷을 벗든, 입든, 

말을 잘하든, 못하든, 

책을 많이 읽었든, 안 읽었든, 

스마트폰을 많이 보든, 안보든, 

일을 하든, 글을 쓰든,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그림을 그리든, 스톱모션을 만들든, 

골방에 있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든, 

가르치든, 배우든, 

따로 하든, 같이하든, 

어디에서 뭘 하든, 


결국 아름다워야 한다. 


늙지 않은 상태란, 아이 같은 마음이란, 

무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심장이 없는 양철나무꾼은 도로시와 함께 자신들이 없는 것을 찾기 위해 에메랄드 캐슬로 향한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두뇌를 갖고 싶어 하던 허수아비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하고, 겁쟁이 사자는 두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내서 앞장서서 난관을 극복하고, 심장이 없어서 슬퍼하던 양철나무꾼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위로한다. 

결국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것,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던 그것, 자신을 변화시켜 주는 마법은 에메랄드 캐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었고, 자기 안에 있었던 그 보물은 길 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신비의 물을 찾아서 




BUZZ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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