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현지교회 예배를 참석하고 준비한 공연도 마쳤다. 현지교회에 교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난 후 오후 4시쯤 버스를 타고 고비사막 체체를렉으로 이동하였다. 버스로 드넓은 초원 안에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낮부터 밤까지 7~8시간을이동했었다. 중간중간에 휴게소도 들렀지만 이러한 장시간의 버스이동이 익숙지 않아서 약간의 불편함과 뻐근함을 감수하여야만 했다.
야간버스이동 중 창밖을 보았는데 그야말로 칠흑의 어둠 속이었다. 낮에 본 몽골초원은 밝은 햇빛과 맑은 하늘 아래 넓게 펼쳐져 있는 대자연 그대로의 것이었다. 하지만 밤의 몽골초원은 그러한 빛들과 대자연은 사라진 어둠과 보이지 않는 야생동물들의 움직임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어둠의 광경이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약간의 공허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장시간의 버스이동후에 새벽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침내 체체를렉 안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장시간이동에 지친 우리 선교팀원들은 빠르게 잠을 자고 다음일정장소로 이동을 해야 했다. 이 체체를렉에 있는 호텔은 호텔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호텔은 아니었다. 새벽시간에 도착하여 빠르게 씻고 자야 하는데 내가 배정받은 객실의 문이 안 열려서 1시간 동안 기다렸다. 결국엔 관리자가 문을 부수어서 우리가 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샤워 중에 정전이 되기도 하고 뜨거운 물도 끊겨서 반강제적으로 냉수 샤워도 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호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체체를렉안에있는 사역지로 이동하였다.
사역지에 도착한 뒤 선교사님이 공지를 했다. "이번 사역에서는 핸드폰을 모두 겉겠습니다."
뭐.. 사역을 하는 데 있어서 핸드폰이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사역인 만큼 온전하게 집중하는 의미로 핸드폰을 안 쓰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간 사역지는 체체를렉에 작은 마을에 있는 어떠한 교회시설이었다. 하지만 울란바토르에 있는 큰 규모 수준의 교회는 아니고 마을 안에 복지시설 같은..? 느낌의 교회시설이었다. 이곳에서 마을의 거주하는 어린이들과 교회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진행했다.
수련회 접수를 하면서 조금씩 아이들이 교회로 들어왔다. 주로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봤을 때 표정이 뭔가 밝은데 궁금하거나 기대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항상 즐겁지만 내가 느끼기에 뭔가 이 마을의 분위기와 대조되면서 이곳 아이들의 미소는 더욱 환하게 느껴졌었다.
부모님들의 차를 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손을 잡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아마 근처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로 추측되었다. 수련회에 대한 정보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지만 다른 나라사람들이 와서 어떠한 행사를 하나보다 하고 잠깐 들어온 아이도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잠깐 와서 구경을 하며 무엇을 하는 건지 물어보는 것도 꽤 정겨웠다.
몽골 체체를렉 수련회
수련회 프로그램은 울란바토르와 비슷하게 예배, 조별만남, 레크리에이션게임등이 이뤄졌다. 이곳 아이들 중엔 교회에 다니고 이러한 활동들을 해본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 있어하고 프로그램도 잘 따라줘서 힘이 들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떠한 것들을 배우는데 관심을 갖고 잘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제공하는 게 그 의미가 굉장히 크기도 하면서 가치 있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는 성인인 후배나 후임자를 가르치는 일만 해봐서 딱히 보람의 정도까지는 못 느꼈다. 근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 일이라고 생각하며 깊게 와닿았다.
수련회 1일 차가 끝난 후 체체를렉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서 정비시간을 가졌다. 이곳 숙소는 그나마 나았었지만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생겼다. 이곳은 유스호스텔 같은 숙소인데 나와 방을 같이 쓰는 우리 조가 배정된 방이 '게르'였다. 게르는 몽골의 전통적인 이동식 주거지인데 그 숙소엔 숙소 앞마당 앞에 게르가 딱 1개 있었다. 우리는 처음엔 게르체험한다 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게르 내부는 다소 허름한 면도 있었고 무엇보다 천장 가운데 굴뚝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즉 밤에 불을 켜면 벌레들이 다 들어오는 구조였다. 처음엔 벌레가 많지도 않아서 어차피 이틀만 묵을 거니까 괜찮겠지 했지만,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렸다.
"툭.. 툭.. 투투둑..." 소리가 나길래 혹시 비가 오나 했는데, 침대와 바닥을 보니 풍뎅이들이 여러 개 떨어져 있었다. 빗소리 같던 그 소리는 벌레들이 게르천장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 순간 우리는 전부 짐을 챙겨 나와서 숙소 복도에 있는 소파로 이동했다. 벌레들과 동침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아서 숙소관리자에게 말하여 다른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비가 와 그 게르는 천장에서 물이 다 새어있는 상태였다.
몽골 체체를렉 수련회
다음날 마지막 수련회날 역시 우리 선교팀이 준비한 율동, 찬영, 공과, 공연들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전하였다. 이곳 아이들은 뭔가 좀 더 우리가 선보였던 활동들에 대해서 좀 더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환경적으로 도시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진심 어린 반응과 동참 그리고 기도와 신앙고백을 듣고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욱 복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만큼 아이들의 진심 어린 태도와 그 순수함이 나에겐 큰 감동으로 느껴졌다. 이로써 체체를렉 수련회 사역에서 두 번째 날을 끝으로 몽골에서의 모든 사역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몽골선교활동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이러한 공동체적인 힘은 정말로 대단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몇 개월간의 준비기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 뭉쳐서 기획과 연습을 하고, 그것을 조직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굉장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선교의 경험은 없었지만 이번 선교를 경험하면서 그러한 공동체의 힘이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 자신의 나약함도 느꼈다. 겉으로는 표현되거나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나는 뭔가 선교활동 중에 개인적인 걱정을 항상 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이번선교의 경험 이후에도 그전과 그대로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도 항상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교의 여정가운데서도 나에게 좀 더 집중하자라는 생각을 하였다. 선교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말이다. 그러한 걱정을 하는 것이 나의 나약함 그 자체였고 그 나약함을 몸소 경험하였다. 어쩌면 하나님이 나에게 던져주신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내가 나의 나약함을 인지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깨닫고 다짐도 하였다.
사실 이 여정은 약 11~12일간의 여정은 아니었다. 준비간인 5개월전부터인 4월부터가 어찌 보면 선교여정의 시작이었다. 이과정 가운데서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선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결국엔 '나 그리고 하나님'이었다. 공동체로 시작하여 준비기간을 거치고 약 12일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고 왔더라도 결국 결과는 '현재의 나'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있다.
이것이 내가 느끼고 경험하고 결정지은 나의 선교의 여정의 결과이이다. 이러한 결과는 나에게 있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앞으로의 나의 방향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러한 방향 또한 계속적으로 찾아가야 될 테지만 말이다.
이렇게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몽골선교의 여정의 일기 혹은 가벼운 에세이 같은 글을 마무리한다.
그냥 나는 내 경험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었다. 그때의 그 생각과 감정이 휘발되거나 잊히기보다는 나중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서 다시 한번 가볍게 되뇔 수 있는 그러한 것을 원했다.
난 내 신앙을 증명하거나 자랑 같은 것을 하거나 나대는 의미로 쓴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글을 안 좋게 볼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난 그냥 갖고 싶고 실제적으로 소유하고 싶었다. 나의 경험을 내가 다시 봄으로써 "아.. 내가 이러한 경험을 했고 감정을 갖고 있었구나, 이러한 일도 있었지.."이렇게 또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현재의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일상'을 넘어 '전장'같은 삶을 살고 있다. 매일이 바쁘고 내가 나를 위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느껴지는 요즘인데 이러한 추억을 되뇌며 글을 씀에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