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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짱쓸 Mar 11. 2016

#34.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뜸해지는 연락


연애 초기를 겪고 있는 수많은 연인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연락'이다. "그는 절대 먼저 연락을 안 하는데..제가 먼저 해야 하나요?" "카톡을 읽고도 답장을 안 해요" 등등의 고민이다.


나도 당연히 연애 초기 그런 고민들을 했다. 그는 연락을 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너무나 신중했던 그 때는 언제 답장을 해야 할지, 전화는 언제쯤 해야 할지가 인생에서 굉장히 큰 숙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연애하던 남자와 결혼한 나름 승리자(?)의 입장에서는 "보고싶으면 무조건 연락해라"라는 다소 쉬운 답을 줄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머리싸움이 필요한 밀당시기는 짧을 수록 좋다. 서로 아낌없이 표현하는 것이 더 성공적인 연애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와 나도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었다. 우리의 연애초기에는 카카오톡이 출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문자메시지, pc를 통한 네이트온 등등으로 보고싶은 만큼 아낌없이 이야기했다. 새벽에 전화가 뜨거워질때까지 통화를 하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과 편안함이 커질수록,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연락의 횟수는 줄어든다. 당연히 먹는 밥과 당연히 자는 잠을 매일매일 확인하는 것은, 그것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매일 묻는다는 것은 쉽지않다.


우리도 연애 기간이 늘어갈수록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한 그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자주 연락할 수 없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런 변화가 그의 무관심으로 느껴져 속상했다.


하지만 나 역시 사회에 나와보니 이곳은 온종일 핸드폰만 보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에게 토로했던 서운함들이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운함도 줄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시간에 당연히 그도 일하고 있을 것이며, 연락하지 않는 이 순간에도 그는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쌓였기 때문이다.


연애기간이 5년이 넘었을 때에는 점심시간, 퇴근 후 정도에만 전화통화를 했다. 카카오톡이라는 신세계 메신저가 등장하자 이는 통화를 대신했다. 가끔 바쁜 날엔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따로 연락을 안하는 날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그런 변화에 익숙해져 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변화를 소홀함이라고 정의 내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를 믿고 사랑한다해도 조금은 서운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난 조금 다른 방법을 찾았다. 특별히 용건이 없더라도 그가 문득 생각날 때는 사랑한다고(정말 뜬금없이) 톡을 보냈다. 뜬금없는 카톡에도 그는 "내가 더"라는 답장을 보냈다. 길지 않은 대화지만 표현하고 싶을 때에는 이렇게 연락했다.


연애기간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사랑해' '쪽'이라는 카톡을 습관처럼 보낸다. 용건이 없어도 상관 없다. 보고싶다거나 생각이 날 땐 그냥 연락한다. 물론 몇시간 후에 집에서 볼 사람이긴 하지만.


가끔은 사랑해란 말의 답장이 'ㅇㅇ' '너만' 으로 올 때도 있다. 하지만 사소하더라도 조금씩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뜸해지는 연락에 서운해하지 말자. 연애 초기에는 연락의 횟수가 사랑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진 연인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두텁게 쌓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자.


그리고 그 뜸함이 소홀함으로 느껴질 때쯤 다시 연애초기로 돌아가 조금은 낯간지러운 표현도 해보는 것이 좋다. 횟수는 적어도 좋다, 우리는 바쁜 사람들이까.


직접 해봐서 하는 말인데, 그 효과는 대단하다. 덕분에 우리는 10년째 풋풋하다.


(아, 참고로 밤 늦게까지 술마시면서 연락이 안 되는 사례들은 이 이야기에서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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