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오랜 기간 연애했다고 해서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와 나는 정말 뜨겁게 사랑하지만 정말 뜨겁게 다투기도 한다.
"진짜 이혼하자. 질린다 정말"
다투다 보면 맘에도 없는 이런 말이 정말 흔하게 나온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지만 오랜 기간 만나다보니 헤어지지 못 할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은 독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나마 그와 나는 여타 커플과 달리 덜 싸우는 편이긴하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코드가 잘 맞고 오래 사귄 만큼 서로의 서툼과 실수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툰다. 어느 커플이든 대립되는 의견이 있다면 다툴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인 그와 기자인 나는 생활패턴이 비슷하면서도 업무환경은 매우 다르다. 그 다름에서 오는 갈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가끔 회식이 길어져 자정을 넘어 귀가하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그의 잔소리가 이어진다. 저녁 술자리 역시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그의 잔소리가 매정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정말 별거 아닌 일로도 다툰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도 필요한 것 다 샀으면 빨리 가자는 그, 혹시 모르니 한 번만 더 둘러보자는 나. 다툴 일은 참 많다.
우린 연애 초기부터 다툴 때 마다 속에 있는 모든 말을 쏟아냈다. 둘다 꿍해서 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다른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우린 뜨겁게 싸우고 또 빠르게 식었다.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다투다보니 우린 이 다툼의 시간이 길게 안 갈 것이란 것을 안다. 약 10분간 뜨겁게 서로의 서운함을 뱉어냈다면 이후 10분은 참는다. 조용히 침묵을 유지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뱉은 말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렇게 싸움의 기술을 익혔다.
10년차인 우리는 이제 다퉈도 1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누가 먼저 풀 것도 없다. 10분이 지나면 마치 없던 일 처럼 대화한다. 10분의 다툼 뒤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10분의 침묵의 효과다.
이 다툼이 참 쓸모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는 어짜피 헤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할 말만 하고 서로에게 그 말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할 시간을 주자.
연애를 오래 한 우리에게 지금 그 시간은 단지 10분에 불과하지만, 우리도 처음엔 하루를 넘기기도 했다.
그 시간은 조금씩 줄여나가면 된다. 서로에게 상처주고 이를 다시 풀어나가는 과정에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을 아껴서 더 열심히 사랑하자.
다툼의 시간을 줄이는 법, 어렵지 않다. 사랑한다면 별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