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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밴드 x 홍양 Jun 28. 2020

2020년 6월 2일 다시 시작.

일상은 잠시 접어두고.

지난 1년간은 참 행복했다.

작년 1월 30일 위를 다 들어내고 남들보다 약한 체력 때문인지 의지력 부족인지 나는 몇 배로 더 긴 시간을 입원하고 갖갖으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 위가 없이 산다는 게 충격이었지만 카페를 통해 암 동지들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

1-2기로 예상했던 나의 병기는 예상과 달리 깊었고 최종병기는 위암 3기 초였다.

32킬로로 퇴원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들과 남편이 그리고 내가 있던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그 이후 하루하루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 생각했기에 행복했고 눈떠지는 하루가 축복이었다.

그렇게 1년을 남들에겐 당연한 일상이 너무도 행복했다. 아주 가끔은 내게 온 암이 고맙다고도 느꼈으니까.

제일 좋았던 건 7살 아들을 예전처럼 내가 손수 등 하원을 시키는 일이었다.

다시 찾은 내 자리. 엄마의 자리.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익숙해질 무렵.. 1년간의 무탈했던 먹는 항암제가 끝나고  추적관찰이 3개월 넘어가던 6월 2일. 근래에 아프던 옆구리 통증이 심상치 않아 응급실을 찾았고 나는 전이 판정을 받았다.

복막전이. 암 카페를 통해 익숙히 들었던 단어지만 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 이상하리 만큼 덤덤했다. 내 통증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예상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기분 나쁜 예감은 설레발치지 않는 내 성격 탓인가 피해가질 않는다.

그렇게 나는 새롭게 위암 4기 환우가 되었다.

그렇게 힘들다는 주사 항암제로 두 번째 항암치료도 시작한 지 4일이 되어간다. 독한 화학성 항암주사를 2-3시간 맞고 와서 2주간은 또 경구용 항암제를 아침, 저녁으로 복용한다. 기존에 앓고 있던 다른 병으로도 먹는 약이 있는데 약이 늘어나니 사실 다 벗어던지고 싶지만 그래도 약을 움켜쥐고 먹어 삼킨다.

아직은 포기할 수가 없다. 시작도 안 했으니 말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기록을 즐기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라도 기록이란 걸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되든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을 풀 수 있은 곳 하나 정도는 만들어놓아야지. 그래야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공간. 브런치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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