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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6. 곱슬머리

#6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파마머리가 아니다. 

곱슬머리다. 

악성 곱슬이다. 

어디서 파마하셨어요?

 파마가 참 잘 어울려요! 

아, 저 곱슬입니다만. 아...  


++ 
미용실에 가면 다들, 어머, 깜짝 놀란다. 

이런 머리는 처음 봐요. 

아, 곱슬입니다만. 

미용실 안 간지도 거의 10년째다. 


+++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집사람이 머리를 빗겨주겠다고 

떼를 써서 머리를 빗다가 빗이 다 부러졌다. 

그 뒤로 마데는 머리를 빗겨주지 않는다. 


++++
아가, 너도 곱슬일 게다. 

안 봐도 빤하다. 

너도 그럴 테다. 

아마, 어쩌면, 그래서, 놀림받을게다. 

곱슬머리라서, 온갖 별명을 얻을게다. 

마이콜, 라면 대가리, 곱돌이, 꼬불이.

나는 그게 싫어서 모자를 자주 썼고, 

스트레이트 파마를 했다. 

고대기를 써서 그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되고 싶기도 했다. 


+++++
미셸 푸코의 책을 보면서 뒤늦게 알았다. 

내 곱슬머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 곱슬머리(차이)를 '악성'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었다. 

아차차차. 

그 뒤로 스트레이트 파마와 고대기를 끊었다. 

딱, 한순간에. 
그 뒤로 퐁퐁한 곱슬머리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유전'이 아니라 

위대한 '유산'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한다. 


++++++
아가, 

넌 세상에 둘도 없는 

매력적인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을 아버지로 얻게 되었다. 
크게, 축하한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곱슬곱슬 #굽슬굽슬 #육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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