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가,
너의 심장소리를 처음 듣고서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리고 잠시, 심장이 멎은 채로 우린, 작게 울었다.
++
만진 적도,
손을 잡아 본적도,
눈을 마주친 적도,
볼을 부빈 적도,
말을 섞어본적도 없는
너를 ,나는, 어쩌자고 '벌써' 사랑하고 있다.
아버지, 당신도 그랬나요?
+++
병원에선 초음파사진을 찍어주면서 "얘기가 참 이쁘네요." 하는데,
"눈이 참 예뻐요." 하는데,
아무리봐도, 잘모르겠다.
먼 흑백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를 닮았다고,
아내는 말했다.
난, 그 날 이후로,
그 고래의 초음파를,
새벽에 가끔 듣는다.
음파음파음마음마엄마엄마.
++++
병원에서 초음파로 먼 흑백의 바다를 보다가 우연히, 아가, 네가 하품을 하는 걸 보았다.
우린 백번, 천 번 돌려보며 음파음마엄마들에게 영상을 보냈다.
예쁘다며 난리였다.
아무리봐도, 고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젖을 먹는 고래를.
+++++
가만, 둥근 배에다 귀를 기울이면 멀고 깊은 바다 소리가 난다.
그걸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내가 되어 잠든 마데의 배에 슬쩍 귀를 붙이고는 바다를 뒹군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육아빠 #예쁜고래한마리가방에들어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