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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5. 초음파

#5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가, 

너의 심장소리를 처음 듣고서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리고 잠시, 심장이 멎은 채로 우린, 작게 울었다.   


++ 
만진 적도, 

손을 잡아 본적도, 

눈을 마주친 적도, 

볼을 부빈 적도, 

말을 섞어본적도 없는 

너를 ,나는, 어쩌자고 '벌써' 사랑하고 있다. 

아버지, 당신도 그랬나요? 


+++
병원에선 초음파사진을 찍어주면서 "얘기가 참 이쁘네요." 하는데, 

"눈이 참 예뻐요." 하는데, 

아무리봐도, 잘모르겠다. 

먼 흑백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를 닮았다고,

아내는 말했다. 

난, 그 날 이후로, 

그 고래의 초음파를, 

새벽에 가끔 듣는다. 

음파음파음마음마엄마엄마. 


++++
병원에서 초음파로 먼 흑백의 바다를 보다가 우연히, 아가, 네가 하품을 하는 걸 보았다. 

우린 백번, 천 번 돌려보며 음파음마엄마들에게 영상을 보냈다. 

예쁘다며 난리였다. 

아무리봐도, 고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젖을 먹는 고래를. 


+++++
가만, 둥근 배에다 귀를 기울이면 멀고 깊은 바다 소리가 난다. 

그걸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내가 되어 잠든 마데의 배에 슬쩍 귀를 붙이고는 바다를 뒹군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육아빠 #예쁜고래한마리가방에들어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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