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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4. 낮잠

#4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당신은 존다. 

자꾸 존다. 

또 존다. 

분명 아까도 졸았는데. 


++
산책하다가 벤치에서 졸고,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졸고, 

버스에서 졸고, 

밥 먹고 졸고, 

막 존다. 

하염없이 존다. 

임신 10주차가 넘어서면서 부터는 정말 코알라처럼 졸기 시작한다. 

그냥 막무가내로 존다. 

아픈 줄 알았다.   


+++
한낮에 코를 작게 고는 당신에게 햇발이 들이치고, 
난, 그게, 참 좋아 대낮을 불러다 당신 코를 건드리는 장난을 친다.
대낮에 침 흘리는 당신을 무릎으로 받아내고, 
난, 그걸, 한참 지켜보다가 혼자 한낮으로 환해지기도 한다. 
무슨 꿈을 꾸길래, 싱긋싱긋하니. 이 코알라야. 


++++  
무릎에 낮잠을 받아내는 일. 
어깨에 밤잠을 받아내는 일. 
가슴팍에 온잠을 받아내는 일. 
침 흘리고 코 골면서 네가 어디서든 잘 수 있게, 잠들을 받아내는 연습을 한다. 아가, 너도 엄청 잔다며? 


+++++
한낮, 

아가는 침을 흘리고, 

당신은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나는, 

조용히 낮볕을 받아내는 상상을 해본다. 

싱긋싱긋하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육아빠 #잠을_받아내는_일 #낮잠 #출산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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