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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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를 맞이 할 준비를 하면서 '방'이 아니라 '집'을 구해야 겠다고. 이젠 방이 아니라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집을 알아보는데. 금액에 맞출려면 서울 외곽으로 빠지거나, 경기도로 가거나. 반지하로 가거나. 아니면 도망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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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이후, 무수한 방에서 살았는데.
곰팡이방,
좁은방,
화장실없는방,
옥탑방,
1평방,
갈라진방,
추운방 등등.
온갖 방들을 전전하면서 이사다녀야 했다.
없이 살면서도 내 인생에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경제원칙 세 가지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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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기 2. 대출. 3. 보험
이 원칙을 깨고 대출을 받았다.
두 달 동안 집보러 다니면서 아내가 꽂힌 '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난생 처음 대출을 받으러 가던 날.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해서 청심환을 하나 사먹기도 했다.
"저저...대출 받으러...왔어...요."
자꾸 도장찍는 소리가 가슴에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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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거실도 있고,
주방도 있고,
2층이고,
화장실이 실내에 있는 집을 얻었다.
이름도 예쁜 연희동이다.
물론, 남쪽에는 노인병원
동쪽에 빌라
서쪽에도 빌라여서
햇볕이 잘 안들긴 한다.
그래도 북쪽에는 이름도 예쁜 궁둥산 이마가 보인다.
물론, 경의중앙선이 바로 근처여서 기차소리가 5.1채널 사운드로 들려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전세다. 으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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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다닐 때 마다 힘을 써주었던 친구들 생각이 난다.
자꾸 힘이 난다.
잘 지내라고 잘 가라고 안녕을 빌어준 친구들 생각이 난다.
자꾸 안녕하다.
다음 이사는 숲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이사와_이주 #아빠육아 #임신과출산 #이제_집을사고싶어요 #난민과_이주사이 #이주식물_이주민_이주의희망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