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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2. 자장노래

#2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아가, 천사는 인간에게 가장 먼저 노래를 가르쳤다더라. 

불 피우는 걸 가르치기도 전에 말이지. 

첫 불을 피웠을 때, 

그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말야. 

나도 그랬고, 

엄마도 그랬데. 

할머니도. 



++
아가, 

네 할머니는 나 어릴 때 조용필 노래를 자장가로 불러 주었는데. 

스무 살이 넘어 라디오에서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소녀를"라는 

조용필 노래의 구절을 처음 들었을 때, 

발바닥에 잔뿌리가 돋는 기분이었단다.   


+++
어떤 노래를 네 머리맡에서 불러주면 좋을까 싶어, 

음악을 한참을 뒤지면서 몇 곡 연습해본다. 

옆에서 Maade Ssi는 저주받은 목소리라며 타박을 준다. 

별 수 없다. 

꿋꿋해지는 수밖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땐 

춤을 춘다. 


++++
음악을 듣고, 

부르는 삶의 힘을 믿는다. 

나도 그랬고, 

어머니도 그랬고, 

할머니도 그랬다. 
잠든 아가 머리맡에 노래를 파종하는 일은 우리 집안 전통이다. 

물론 음치도 전통이다. 


+++++
조산원을 예약하면서 꼭 아가가 나올 때 자주 들려주었던 음악을 틀어놓고 싶다. 

이 낯선 세계에서 첫 밤을 보낼 때 연습했던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부르는노래_듣는노래 #조용필과_시규어로스의_사이 #아가야_너도_음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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