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
요즘, 당신은 배 위에 손을 자주 올립니다.
그 모습이 해달을 닯았습니다.
그게,좋아 해달, 해달하고 놀려먹다보니
당신 배 아래 해와 달이 잠들어 있는가 싶습니다.
++
배 위에 손을 올린채로 잠을 자고, 햇볕을 쐬고, 산책을 합니다.
빵 부스러기들을 고스란히 배로 받아내는 당신은
해달이 배 위에 조개살을 꺼내 먹듯
손끝에 침을 묻혀 부스러기들을 눌러 먹습니다.
그게, 좋아 해달, 해달하고 자꾸 놀려먹다보니
해가 지고 달이 뜬지도 몰랐습니다.
+++
해달은 잠을 잘 때, 바다 밑에 뿌리를 두고 수십미터나 자란
해초다발에 몸을 감고 잔다지요. 태풍이라도 불면 밤새
한숨도 못자고 어린 새끼를 배 위에 올려놓고 동그랗게 몸을 말아
태풍이 지날 때 까지 그렇게 동그랗게,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밤을
지낸다고 합니다.
++++
막달인 당신의 바다에는 요즘 태풍이 자주 부나봅니다.
숨쉬기가 힘들고, 갈비뼈가 아프고, 배가 뭉치고, 골반이 아픈 당신은
몇 번이고 자꾸 새벽에 혼자 깨어 몸을 동그랗게, 동그랗게 몸을 말아
새벽을 건넙니다. 나는 가능한 질기고 질긴 해초다발이 되어
당신이 떠내려가지 않게 등을, 배를, 허리를, 종아리를 스윽스윽
감아 다시 눕힙니다.
+++++
해달이 하루에도 400회 가량 물질을 하듯
당신은 하루에도 400회 가량 배를 쓰다듬습니다.
쉴새 없이 아가가 있는 바다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아가를 쓰다듬고 나온 당신,은
또, 두 손을 배 위에 올립니다.
햇볕과 햇살과 햇빛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당신, 두 손 위에 햇발이 드리칩니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닮은꼴동물_팬더_백곰_큰고래_코알라 #이제다음주에만나자_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