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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애 Jul 25. 2023

<수라>, 사랑 노래

다큐멘터리 <수라>를 두 번 봤다. 전북 군산에 있는 수라갯벌은 새만금간척사업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이다. 간척 공사 전에 새만금의 갯벌에서는 수많은 도요새가 군무를 펼치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도요새의 군무가 담겼는데, 그 많은 새가 바람 소리를 내며 함께 나는 모습이 춤추는 빛 조각들 같았다.


도요새는 툰드라에서 봄에 우리나라로 내려와 여름에 떠난다. 그리고 남반구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보낸다. 이렇게 먼 거리를 여행하는 새들에게 우리나라의 갯벌은 꼭 필요하다. 중간에 잘 먹고 쉬어야 너른 바다를 무사히 건널 수 있으니. 


한반도 갯벌은 세계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갯벌 중 일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이는 이 갯벌들은 약 120종의 철새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많은 생명이 죽었지만, 새만금에 남은 유일한 갯벌인 수라에는 지금도 생명들이 있다. 이 영화는 수라에 사는 아름다운 색색의 새를 담는다. 수라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가 산다. 몸은 하얀색이고 머리는 평소에는 흰색이다가 번식기에 검게 변하는 새다. 영화에는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는 쇠제비갈매기 아기 새도 나온다. 


군산에는 미군 기지가 있고 그 안에는 만성 적자를 내고 있는 군산공항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군산공항 바로 옆에 있는 수라갯벌을 매립해 새 공항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새들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찾아온다”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말한다. 수라에서 태어난 새들은 언젠가 이 갯벌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공항 건설로 이들의 고향이 사라진다면, 이들은 돌아왔을 때 어디서 쉴 수 있을까. 갯벌을 없애고 공항을 지으려는 어른들도 한때는 소라 껍데기에 귀를 대고 파도 소리를 듣던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황윤 감독의 말처럼, “갯벌은 달과 지구의 만유인력으로 만들어졌다. … 별처럼 많은 생명들이 갯벌에서 나고 자란다.” 우주의 신비로 만들어진 갯벌은 무수한 동식물에게 소중한 삶터다. 수라에는 법정 보호종인 흰발농게도 살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도 산다. 


갯벌에 사는 신비로운 생명들의 이야기와 감독의 시적인 해설이 유려하게 흐르는 <수라>. 이 영화는 한 편의 시다. 시를 읽는 사람이 사라진 시대여서일까, 처음 이 영화를 보러 간 날 극장에 관객은 나 하나였다. 나는 얼마 뒤 가족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았다. 다행히 그날은 어린아이들과 같이 온 부모를 포함해 관객이 꽤 있었다.


<수라>는 이 아름다운 갯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다. 영화 마지막에 뜨는 출연자 목록에는 새들을 비롯해 수라에 사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영화에 나오는 수라의 주민 중에는 거친 바람 속에서 따듯하게 아기 새를 품어주는 엄마 새도 있다. 그 사랑은 아마 우리 부모님의 사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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