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몽 Jul 05. 2022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문득






  햇빛 좋은 날에, 비가 오는 날에, 용기를 내어 어느 골목길에 수줍게 숨어있는 카페를 찾아

음료수를 시키든, 뜨거운 커피를 시키든 그렇게 주문해서 나 혼자 앉아 있을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마시는 커피맛은  써서 설탕을 자꾸 찾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 골목길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불안하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집을 혼자 나가지 않은지 3년 째다.  현관문을 열고 택배를 받아들이는 것 조차 숨이 멎는다.

엄마와 함께 하는 유일한 외출만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혼자서 외출하기 힘들어하는 내게 엄마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은 얼굴을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왜 그렇게 사니?

이 대답은 모른다. 알 수 없다. 남들이 말하는 오은영식 해답은 내가 스스로 내리지만

머리는 알겠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행동은 물에 끓인 오징어처럼 도르르 안으로 말려지고

마음도 몸도, 모든 것이 달팽이처럼 천천히 숨어버린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는 내게 사이버대학이라도 가라고 격하게 충고를 주지만 나의 머리는 잠시 멈춘 시계같다.

눈물을 흘리며 나 좀 내버려 달라고,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하자.

엄마는 그렇게 말한다고 섭섭해서 용가리처럼 불을 내뿜는다.

그럴 수록 나는 더 움츠려든다.

눈물을 보이며 호소하자.  엄마는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찾아내려고 애쓴다.

혹시, 저 해피트리같니? 너가? 그럴까 같다. 지금 너 상태가 말이지.

가지를 몽땅 잘리고 뿌리마저 드러나 버리려는 친구의 해피트리를 내가 화분에 잘 심었는데, 음지에 두고 이제나 저제나 죽지 않고 살기를 바라면서 매일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우유도 썩지 않고 치즈로 만든다는 허경영 사진을 해피트리 나무에 걸어 놓고 간절하게 살아나길 기도했다.

 그런 것처럼 너도 그냥 살아있는 것만 해도 지금 벅찬데, 내가 꽃을 피우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구나.

넌 지금 겨우 겨우 존재의 뿌리를 살려내려고 기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하고 작게 작게 시간을 먹고 있었는데, 엄마는 너가 잘 지내는 줄 알고 뭐든 하면 되겠구나 싶어

이런 것도 해봐라 저런 것도 해봐라 요구를 했구나.

 해피트리가 어느날 문득 작은 싹을 내 보일 때 얼마나 기뻤는지, 아 살아있었어. 조용하기만 했던 나무가 살아난거야. 엄마는 가지에 난 작은 잎이 피기도 전에 마르고 다칠까봐 비닐을 씌워 분무를 해주곤 했지.

 그러자 어느 날부터 인가 여기 저기 가지에서 싹이 돋기 시작했다.

너도 그런 거였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겠다.

 엄마, 나 살아있어주는 것만해도 잘하고 있는 거에요. 겨우 겨우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만해도 잘하는 거라고요. 하루에도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며 살고 있다는 걸 엄마는 모르잖아요. 그런데

나 말이에요. 정말...노력하고 있어요. 엄마...

사람이나 해피트리나 똑같구나. 상처받은 상태는 절대로 무얼 못하는 거야.

그냥 저 음지 조용한 곳에서 조용히 조용히 뿌리를 살려야 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거였어.

그 음지가 저기 화려하게 핀 데이지꽃보다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장 필요한 거였어. 언젠가 너도 데이지꽃을 피울 수 있으려면 지금은 강한 햇빛을 받을 수 없는 거였어. 너가 그것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니까.

 움츠려들었다면

 밖을 혼자 나가지 못한다면

친구의 관계를 끊었다면

 사람들이 그냥 싫다면

모든 게 하기 싫고 힘들다면

어쩌면, 어쩌면 숨쉬기도 힘들다면

그래서 오늘 저세상으로 가고 싶을지도 모른다면

 그건, 너가 상처 받았기 때문이란 걸 엄마는 그렇게 이해하게 되네.

지금은 누구랑 비교하지 말고 그냥 너에게 집중해.

세상이 아무리 잘나가고 뭐라고 하더라도 너를 공격하고 비웃음 준다하더라도

너는 그럴 수록 조용히 안으로 숨어 꼼짝도 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이제 너를 위한 가장 좋은 최선이 가만히 두는 게 가지에 잎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할 일은

너를 지켜봐주고 물을 주고 관심을 가지고 자주 살펴보는 거겠지.

이제 너에게 꽃을 피우라고 소리치지 않으마..... 언젠가 때가 되면 너만의 꽃을 피우겠지....

엄마는 혼잣말로 연극하듯이 말했다.

나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왜 사는 걸까만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엄마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해피트리가 아니니까.

엄마는 나와 해피트리와 동일시 하는 것 같은데 엄마의 소통능력은 딱 거기까지다.

엄마의 말 때문에 나의 감정은 너덜너덜 해졌고 겨우 살아갈 의지를 내었던 그 조각마저 허공에 날려버렸다.

그래놓고 지금 해피트리를 운운하다니.

엄마, 해피트리 한테 보이는 정성을 내게 보여주세요.

내게도 잘자란다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세요.

다른 꽃들과 비교하지 말고요.

엄마 정신이 힘들다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요.

엄마가 받은 상처 때문에 나에게 소리치지 말라고요.

작가의 이전글 어쿠스틱 기타를 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