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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묭 Jul 01. 2023

백수의 프리워커 도전기 2: 시작하기 천재

어느 날, 우연히의 힘

퇴사 후 프리워커의 길을 선택한 하묭. 그럼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문제는 ‘무엇’부터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시작’하는 것이다.

고민하고 망설일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글은 내가 뭐라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시작’에 대한 이야기다.


* 컨셉진 직업 탐구 캠프: ‘업(業)’에 대한 고민

모든 일은 ‘어느 날’, ‘우연히’에서부터 시작한다. 진로에 대해 심각하면서도 얕게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컨셉진의 <직업 탐구 캠프> 참여자 모집 문자를 받았다. 한 주에 한 직업을 소개받고, 일주일 동안 그 직업으로 살아보는 캠프였다. “어떤 직업이 자신과 맞는지는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요.”라는 멘트에 홀린 듯이 문자를 읽어 내려갔고, 캠프를 신청한 결정적인 문구를 마주했다. “무료 베타 체험단 모집, 과제 완료 시 전액 환급”. 1분 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15개의 직업을 가진 현직자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15주 동안 어렵지 않은 과제를 수행하기만 하면 무료다. 나 같은 백수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었다. 한 때 잡지 에디터에 관심이 있어 컨셉진 계정을 몇 년 전 팔로우했던 선택이 이 필연적인 우연함을 불러왔다. 아직도 캠프는 수강 중이며, 현직자들의 솔직한 업무 이야기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수월하고 즐겁게 과제를 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현직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건 나와 안 맞다’는 거부감이 드는 직업들도 있다. 만약 이 캠프를 듣지 않았다면 이 직업은 어떻고, 저 직업은 어떤지 기웃대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썼을 것 같다.


* 목요일의 글쓰기: 두려움 마주 보기

‘어느 날’ 책 <일놀놀일>을 읽던 중 ‘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지 않는다. 긴 글은 고사하고 짧은 글도 쓰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피상적인 몇 문장과 이모티콘이 내가 쓰는 글의 전부였다. 긴 글을 쓰고 싶다는 설렘이 아니라 내가 긴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일까 봐 두려워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고등학생 때 치솟은 문학소녀 감성에 젖어든 적이 있었지만 긴 글은 쓴 적이 없었다. 메모장에 빼곡한 문장들은 모두 조잡하고 의미가 불명한 단어 조합이거나 미완의 문장들이었다. 글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글을 써야 했다. 그렇게 또 다른 목요일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나를 포함한 4명이서 목요일의 글쓰기 1기를 시작했다. 4월부터 6월까지 13편의 글을 썼다. 7월부터 9월까지 2기를 함께할 사람을 새로 모집했고, 기존 멤버 2명과 새로운 멤버 3명이 모였다. 목요일의 글쓰기를 하는 동안 나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3개월을 완주할 수 있었다.


* 보컬 트레이닝받기: 장점 강화하기

주변에서 장점으로 봐주는 것 중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 강화하고 싶었다. ‘갓반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한 칭찬은 자주 들어왔다. 이번엔 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 볼 차례였다. 노래가 프리워커를 꿈꾸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고? 두려움을 마주 보는 게 포인트다. 노래에 대한 칭찬을 듣는 만큼 더 잘하고 싶은데 더 잘해지지가 않았다. 당연하다. 따로 노래를 연습하지 않고, 노래를 분석하지도 않는다. 잘하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이 게으른 도둑놈 심보를 물리치기 위해 보컬학원에 취미생으로 등록했다. 한 달만 원포인트 레슨처럼 받으려던 처음 계획과 달리 4개월째 수강 중이다. 노래에 자신감이 붙은 건 물론이고, 꾸준히 배우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도 같이 따라온다.


* 컨셉진 프리 에디터 캠프: 어릴 적 꿈과의 인사

위에서 컨셉진에서 진행하는 직업 탐구 캠프를 소개했다. 잘 듣던 중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에디터 교육&채용 연계 무료 참여자 모집’. 무료라는 글자에 동공이 한 번 더 흔들렸고, 에디터 교육이라는 단어에 또 1분 만에 신청서를 냈다. 중학생 때부터 잡지에디터가 꿈이었다. 글을 쓰는 직업이면서도 보이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기회가 또 찾아왔다. 나는 또 기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역시도 과제를 모두 제출하면 무료로 에디터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 콘텐츠다. 에디터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이번 교육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루는 브랜디드 콘텐츠 에디터에 대한 교육이었다. 총 6주 차로 진행되어 매주 과제를 하면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역시도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무료로 에디터 실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학생 때의 꿈을 조금은 맛본 것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위피커 1기: 나의 첫 북서포터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북서포터스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팔로우하고 있던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하는 ‘위픽 시리즈’의 북서포터스 모집글을 보게 됐다. 목요일의 글쓰기로 글도 꾸준히 쓰고 있고, 이미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고 있던 터라 이 흐름을 타서 서포터스에 도전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나는 독후감 쓰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책 서평이나 독후감을 써둔 글도 없고, 책 계정도 없어서 북서포터스로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티를 낸 적이 없으니, 앞으로 잘할 테니 뽑아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관심 있고, 가까이 가고 싶은 분야에서는 내 기록과 자취를 남겨두어야 한다. 책을 좋아하면 책에 대한 기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곧바로 어필을 할 수 있다. 마치 포트폴리오와 같은 개념이다. 결국 북서포터스에는 선정이 되었지만 이때의 배움은 나를 더 넓은 기록의 길로 이끌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 인스타그램 부계정: 좋아한다고 어필하기

북서포터스를 계기로 기록의 중요성을 체감한 나는 조급해졌다.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빨리 기록을 쌓아야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뭐든 다 기록을 하려고 하면 지쳐 나가떨어질 게 뻔하니,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첫 번째는 책이었다. 내가 읽은 책, 읽을 책을 비롯한 내 독서 생활을 기록한 채널이 필요했다. ‘이거 보세요. 나 책 좋아해요!’라고 나 대신 외쳐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접근성이 쉬운 인스타그램 책 계정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리추얼 루틴에 대한 내용을 올릴 수 있는 계정을 만들었다. 나의 꾸준함, 나의 리추얼, 나의 루틴에 대한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공간. 언제든 나 대신 나의 세계관을 외쳐줄 두 계정을 만들고 나니 나의 하루가 콘텐츠의 재료가 되었다. 굳이 무언가를 새로 하려고 하지 않아도 내가 읽는 책은 책계정에 업로드되었고, 나의 생활패턴과 평소 루틴들이 루틴 계정에 업로드되었다.



나, 이쯤 되면 시작하기의 천재 아닐까?


(분량 조절 실패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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