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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묭 Jul 15. 2023

백수의 프리워커 도전기 5: 불안함은 당연하다

나의 보폭 찾기

이 시리즈에 도전기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도전하는 레퍼토리가 다 떨어져서 뭘 써야 할지 발만 동동 굴렀다. 근데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도전 아닌가? 더 잘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망설이는 거라면, 지금의 초조함도 도전의 일부이지 않나? 어느 정도 완성된 결과물을 풀어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벗고, 딱 한 걸음씩만 나아가고 있는 요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내가 하는 기록의 역할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나의 이력서를 세상에 제출하는 것

2.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것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처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채널에 업로드하는 것은 1번과 2번이 모두 해당된다. 반면 메모앱처럼 나 혼자 보는 기록은 내가 잊지 않기 위한 도구다. 그게 일정이든 아이디어든 일기든. 지난 한 주는 세상에 선보일 결과물이 없어서 애가 탔던 일주일이었다. 결과물이 없는 게 당연하다.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글 한 편, 영상 한 편,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글과 사진이 뚝딱뚝딱 나온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만큼 시간을 쏟고 있지 않다.


양질의 아웃풋을 뽑아내려면 그만큼의 인풋이 있어야 하고, 경험과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 아직 초보잖아! 충분히 시행착오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초보라고 생각하면 정말 초보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려 한다. 매일 대단한 것들을 뽑아내지 않아도 된다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고 또 그다음 날이 있다고 안심시켜주고 싶다. 그렇다고 오늘을 그냥 보내버리는 건 아니니까.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어쨌든 무언갈 하고 있다.


어제도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려 메모장을 띄워놓고 2시간 가까이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다시 갈아엎고 편집을 시작했고, 오후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서 차분히 책을 읽었다. 가시적인 결과는 없더라도, 내 손과 머리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어차피 쥐어짜봐야 그럴싸해 보이는 똥이나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그러니까 오늘 한 걸음 내디뎠으면 수고했다 충분하다고 응원해주고 싶다.


나는 재벌이 되기 위해 사업을 하거나 돈을 벌 인재는 못된다. 애초에 안 맞는다는 게 느껴진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즐겁게 일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물론 먹고 싶은 음식을 일일이 가격 따져가며 먹지 않을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 지금 나에게는 큰 자본도 없고,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매일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에는 자신 있다. 그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큰 보폭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땀을 빼며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보폭을 찾는 중이다. 앞에 가는 사람 따라 하다가는 가랑이 찢어질 것 같아. 가랑이도 찢기도 재미도 상실하게 될 지도 모른다.


프리워커로서의 삶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편안함을 잃지 않고 싶다. 물론 슬럼프나 힘든 순간도 분명 올 것이고, 지금의 불안함이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른다. 아마 사라지지 않을지도. 그럼에도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까지 계속 나아가고 싶다. 타이밍에 따라 걷고, 뛰고, 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오늘의 보폭은 이 분량만큼의 글이다.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어제보다 더 걸었다. 적당히 땀도 나고, 기분도 좋다. 그럼 된 거 아닌가?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프리워커 도전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불안의 힘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책 <인디펜던트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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