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에 딴짓해 본 후기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나 될까?
바로 어제, 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드리는 중이었다. 밥을 먹은 직후도 아닌데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설교가 시작된 지 5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내 집중력은 어딘가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결국 목사님의 이야기가 귀에 안 들어올 정도로 꾸벅꾸벅 조는 지경이 되자, 집중력을 되찾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보 한편 설교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비워둔 공간에 <자면 안 돼>라고 쓴 후, 쓰면서 잠이 깰만한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설교 내용을 받아 적으면 적다가 졸 수 있었기 때문에(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다른 것을 적어야 했다.
오늘과 내일의 일정을 정리하며 할 일을 간단히 적었다. 예배가 끝나면 집에 가서 뭘 할지, 내일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강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나는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레 잠이 깼고, 언제 졸았냐는 듯 머리도 살짝 개운해진 것 같았다. 바로 이 때다 싶어, 다시 예배에 집중했다. 5분이 지나자 머리가 멍해지면서 초점이 흐려졌다. 다시 펜을 들어 잠을 깨기 위한 메모를 했다. 다음 유튜브 영상은 뭘로 할까 싶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쭉 적어보았다. 시험기간에 공부 빼고 다른 일에 집중이 잘 되듯, 예배 시간에 딴짓을 하자니 생각나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그렇게 한참 적다가 다시 잠이 깨면 예배에 집중하는 걸 반복했다. 이 사이클을 몇 번 반복하자, 점점 예배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중간 이후부터는 졸지 않고 예배를 마칠 수 있었다.
예배 중에 예배와 상관없는 걸 끄적거리는 행동은 수업 시간에 다른 걸 적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마음의 찔림은 있었지만, 예배 시간 내내 잠에 취해 오늘 설교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모르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일에 집중력을 쏟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딴짓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에 밥도 거르고 잠도 줄이며 몰입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집중력이 그리 좋지는 못한 사람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50분 정도 일에 집중하면 10분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 내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하는 날도 많았지만, 그런 날이 업무 효율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눈이 지끈거려서 자주 깜빡거리고, 검은 것은 글씨고 흰 것은 배경이라- 하며 멍하게 타자를 두드리다 오타를 내는 일도 많았다.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는 느낌에 집에서는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날들이었다.
퇴사를 한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어 편집하고, 책을 읽고 있다. 주로 오전에 글쓰기, 영상 편집 등 집중력이 필요한 일들을 끝내고, 오후에는 독서나 산책 등 보다 느슨한 일들을 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에도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느슨한 오후를 보내는 덕에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집중력을 발휘해서 할 일을 끝낼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프리워커로 일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하는 중인데, 나만의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와도 지금의 이 패턴을 대강은 유지하고 싶다. 특히 내가 하려는 일은 글과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가진 소스들로 아웃풋을 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그 소스가 되는 인풋이 반드시 필요한데, 나는 딴짓을 통해 이 인풋을 얻는다. 그리고 딴짓을 하는 동안에도 생각은 쉬지 않는다. 특히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도 가끔 가지려고 한다. 그럴 땐 되도록 눈도 감고 있는다. 아무런 정보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뇌도 같이 쉬는 느낌이 들어서다.
결국 아웃풋의 한 종류인 이 글도 어제 예배 시간에 딴짓을 하다가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했다는 것 자체는 옳은 일이 아니지만,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 딴짓을 한 것이라면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딴짓이 필요하다는 쪽에 서고 싶다. 굳이 딴짓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딴짓을 하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그건 그 사람의 능력일 테니까. 하지만 나처럼 딴짓의 효과를 기대하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딴짓이 곧 인풋이자 집중력을 모으는 장치가 돼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