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수레가 내는 수레다운 소리

도망치는 직장인 .3

by DJ CllWOO

결핍으로 인해 나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은
지칠줄 모르고 커져가고 있었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삶이였으나, 그 경험에 갇혀
나를 새롭게 만들어 주고, 보듬어 줄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새로운 것을 지양하고 반복적인 선택을 해왔던 경험이
결국 중요한 순간에 결정장애의 상태를 발현 시킨 것이다.

그 무렵 세바시라는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면서
ted라는 강연도 수면위로 올라오고,
사회 여러 저명 인사들의 토크콘서트 같은 형태의
자기개발을 자극하는 컨텐츠 들이
'당신은 특별하다. 도전하라' 라며 외치고 있었다.

이제야 밝혀지고 있지만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창조경제'는
그 당시의 나에게는 어릴적 부르던 '파란나라' 라는 동요의 절정에 있는 유토피아와 같았다.

나는 당장 사업을 해야된다라는 강박을 느끼며,
물 들어왔을때 노를 저어야 된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창업예찬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왔던 결과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하지도 않았고, 성공이 뭔지도 모르는 직장인 2년차가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성.직.자' 였다.

풀어쓰면 '성공하기 위한 직장인 자립기' 라는
욕망만 가득했던 페이스북 페이지였고,
사람들의 인정과 공감을 얻고 싶은 사심이 가득담긴 페이지였다.

나름 그 당시에는 페이지의 팔로워 수를 늘려서
마케팅계의 직장인 전문 페이지로서 군림하겠다는
큰 야욕도 있었다.
정말 의지만 가득하고, 제품도 없이 , 성공해야된다는
맹목적 수단으로서, 뭐라도 한다라는 심정이 만들어낸
페이지였다.
페이지를 오픈하고나서는 자기개발 혹은 뭔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모든것을 퍼다가 공유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적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컨텐츠들은 누군가가 만든것을 인용하는 것이였다.
지금은 그게 결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 여러 강연 및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여러 컨텐츠들을 페이지에서 공유하면서 다른의미의 '얼리어답터' 인 마냥 운영자 놀이를 하였다.

그리고 정말 가관이였던 점은
페이스북 광고를 비용을 써가며 진행하면서
'직장인' '성공' 이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얻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당시 만난 사람들에게
항상 나는 '좋아요 2000개가 넘는 페이지를 운영중 입니다.'
라며 너스레를 떨었었다.
연예인병이 있는것 같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내적 동기와 더불어 외적인 인정을 받고자
참 많이 애쓰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이때 더 분명히 알았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던데,
그래도 빈수레를 끌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는 알게 되었다.
'나' 라는 수레에서는
누가 들어도 '저기 수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나는데' 라는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수레가 텅 비어 있어도, 나에게 만큼은
무엇인가를 가득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과 다름없었다.

나에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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