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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헤어샵

by Defie

9개월전이던가... 큰마음먹고 머리를 하러갔었다 . 머리하러가는 것에 왠 큰 마음이냐 하겠냐만은 도통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괜찮은 곳으로 가자! 라고 결심을 한 후의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일찍 나름의 번화가로 향해서 들어봄직한 이름의 헤어숍으로 두리번두리번 들어갔다. 세상 친절한 헤어 디자이너분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신후 2단계로 이루어지는 시술을 추천해주셨는데 펌만으로 예상했던 비용의 두배가 조금 넘었다. 당황하는 빛을 보여서는 안돼! 호기롭게 들어왔으니 물러설 곳은 없다!

그동안 이사하느라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진행결정! 한창 책을 읽어댈때라 하루 한 권이 기본이었는데 더군다나 그날의 책이 'Something in the water'라는 갑자기 굉장한 거금을 손에 쥔 커플의 심리 스릴러 책이었다. 3시간 후, 책 속의 주인공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평화를 맞이했을 때 나 또한 마음에 안들던 머리스타일의 세계에서 벗어나 평화를 맞이했다. 마음에도 들었고 아침에 대충털어도 괜찮은 머리스타일의 완성! 비용은...뭐 3개월에 한번이니 나누기 3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그로부터 3개월후, 동일한 형태로 같은 비용에 시술실시. 디자이너분이 욕심을 부리셨는지 더욱편안한 관리를 위해 앞머리를 말아서 세팅을 해주셨는데...그게 화근이었다. 어딘가 계속 부자연스러운 앞머리가 자꾸만 신경이쓰이는 거였다. 기준보다 과분한 지출이어서인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자꾸만 실망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다시 3개월후, 그게 바로 지난주, 동일한 곳을 예약했다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일단 취소 ㅡ 이사온 집 근처에 새로 우후죽순 처럼 생긴 헤어샵중 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비용은 더 저렴할거고 오가면서 드는 시간도 절약될테니...


그렇게 선정된 헤어숍은 남자원장님이 계신 곳이었다. 원래 하던 두가지의 시술중 하나를 빼도 무방할거라고 진단해주셔서 펌하나만 진행.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반으로 줄었으나...

다 끝나고나서야 알았다. 왜 이전 헤어샵의 디자이너가 2 단계의 시술을 추천해줬는지..

원래 헤어샵 거울로 보면 그나마 나아보이던것이 집 욕실거울앞에서야비로소 실제적 나자신을 보여준다.


뭔가 단정한 버섯이 되어있었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뭐라 말할 수 없는...


머리에 들어가는 돈의 반이나 절약했잖아...라고 속으로 아무리 위로를 해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집에 와서 허겁지겁 먹은 점심이 맥주로 이어졌고, 결국 맥주 두캔 째에 살까말까 망설였던 옷들의 '결제완료'가 이루어졌다. 절약한 비용이랑 비슷하게 뭘 산다 싶더니 배송비 절약을 빌미로 또 하나의 아이템이 추가...


마음에 안드는 머리와 곧 배달될 봄 옷으로 절약은 사라졌다. 아니,... 조금 더 비싼 비용으로 종료.

오늘이야 헤어디자이너의 손길이 가득담긴 드라이의 매직이라도 있지, 내일의 내 머리는 어떤 모습일지 흠칫, 두려워졌다.


눈이 높아진건지, 얼굴은 전적으로 머리빨이라던데 그 탓인지... 그냥 나를 인정하고 위로하는 수 밖에...

제발 기분전환으로 구매한 봄 옷은 마음에 들기를...


2개월정도가 지난 후...다시 전의 헤어샵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참 머리를 하던 도중 무슨 촉을 받으셨는지 그 전의 헤어샵에서 다시 한번 세상 친절한 디자이너의 카톡이 와 있었더랬다. "걱정이 많으시죠? 소독도 확실히 실시하고 있으니 고민하지 말고 오세요"


미안해요.

두달 뒤에 꼭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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