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021. 프로선물러

by Defie

회사에서 명절 선물을 받았다. 참치 통조림 세트- 설 선물을 받은 것은 이 년여 만인 것 같다. 작년 설에는 취준생이었고 그 전해의 설에는 선물이 아닌 얼마의 상여금을 받았었다. 금액으로 치자면 상여금이 훨씬 더 많았지만 선물이라는 물품을 받는 재미라는 게 있다. 여기에 명절 연휴 전날 퇴근길, 손에 손에 다들 들고 있는 무언가의 선물세트는 명절의 기분을 한껏 배가시켜준다고 해야 할까?



선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주위 모든 사람들이 생일을, 선물을 챙긴 후 그들이 내게 언제 되돌려주나~까지 신경 쓰느라 피곤했지만 지금은 내가 나중에 뭘 받는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고, 선물을 받는 사람의 놀라면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는 게 제일 좋다.


내 멋대로 미니멀 라이프 중 하나가 물건의 개수를 웬만하면 늘리지 않는 것이라 내 꺼는 잘 사지 못하는데 그래서 누군가의 선물을 고르는 것이 쇼핑의 대리만족이 되기도 한다. 받기 위한 선행조치가 아닌 그간의 고마움, 앞으로의 부탁?을 담아 전하는 것이니까 상대방도 큰 부담은 없다.


그냥 아무 선물을 고르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생필품이나 꼭ㆍ 가지고 다니는 것 말고 약간의 사치품, 누군가가 사주면 쓰겠지만 내 돈으로는 잘 안 살 것 같은 무언가를 선정한 후 그 안에 내 취향을 살짝 넣는다. 혹은 꼭 필요해 보이는데 아직 없을 것 같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 물품의 카테고리 안에 그 사람이 놀랄만한 요소 하나를 추가한다. 최근 한 선물 중 기억나는 건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닌데 근육통이 심하다는 후배에게 선물한 요즘 핫하다는 미니 안마기, 후두염으로 비자발적으로 술을 줄여야 하는 언니님을 위한 홍삼,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후배에게 선물한 이북리더기, 좋아하는 동생의 생일에 '멋지고 화려하게 살라'는 바람을 담아 선물한 미란다 커가 디자인했다는 찻잔세트... 뭐 이랬다.

여기에 책 블로그를 하는 만큼 평균보다 책에 대한 정보가 많은 관계로 주고 싶은 책 한 권을 곁들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이템이 도통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귀걸이를 산다. (물론 남자는 제외)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물건 개수에 포함하지 않는 유일한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귀걸이! 옷은 검은색, 회색 천지라도 귀걸이 하나는 반짝이는 것을 고르는 편이라 귀걸이가 많고 잘 고른다! 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자주 가는 온라인 주얼리샵에서 귀걸이 하나를 구입하면 배송료 면제까지의 금액이 나오지 않는 터라 배송료를 아낄 겸 내가 사고 싶은 귀걸이를 하나 더 살 수 있는 빌미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사무실 책상 서랍 속에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귀걸이가 하나 있다. 2년 전이던가- 오랜 기간 연락을 하지 못했다가 20년 만에 다시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된 사촌언니를 주려고 산 귀걸이다. 문득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를 골랐고 그 겸에 내 것도 한 개 골라서 잘하고 다닌다.

작년 연말에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 달이 가기 전에 꼭 만나서 귀걸이를 전해줘야겠다.

걱정해주고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올 한 해도 같이 잘 지내자는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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