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진정한 끝

022. 체했다

by Defie

사주를 믿지 않는다,라고 단언했으면서도 2019년에는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서 '올해 까지만 지나면, 정확히 꼽자면 구성설 정도면 좋은 소식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력 2019년 마지막 날까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접하고 바나나 반 쪽에 된통 체해서 '아 잘못 체하면 진짜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또 다른 인생의 진리를 알게 된 후, 드디어 2019년이 꼬리를 내리고 사라져 간다.


명절이라 시댁에 왔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터라 귀성길 정체에 대한 부담도 없고 일하는 며느리 고생한다고 음식도 미리 해놓으시는 분들이라 그저 잘 먹고 오기만 하면 되는 곳인데, 오늘은 체기가 조금 있어서 점심은 식혜 한 사발로 대신했다.

걱정스러운 눈빛들을 한눈에 받으며 크게 할 일도 없이 작은 방에서 잠깐 쉬었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에 푹 빠져서 안방에만 있는터라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가 없는데 마음은 불편했고 머릿속은 조금 복잡했다.


저녁, 밥 한 그릇을 뚝닥해치우고 말리시는 설거지를 해치웠다. 정상적인 몸 상태까지 한 80프로는 온 것 같은데 며느리가 골골대는 것을 처음 보신 어르신들께서는 자꾸만 괜찮으냐고 걱정하신다.

"괜찮습니다"를 한 10번 정도 한 다음에야 염려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결혼 후 인사를 갔었던 당숙 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살다 보면 아이가 커가는 걸로 겨우 흘러가는 시간을 파악하게 되는데 명절이 되고 제사를 지낼 때, 아... 생각보다 삶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끔은 몸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겁이 난다.

이제 좋을 일들만 남았다는 새해가 진짜로 밝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만 살아야지. 즐겁기만 해도 시간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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